더불어민주당이 진보 성향인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두고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마 후보자의 임명 촉구 결의안을 일방 처리하는 등 표면적으로는 조속한 임명을 요구하는 모습이지만, 마 후보자 임명이 막바지에 이른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을 늦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속내가 복잡해지고 있다.
앞서 헌재는 지난 10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것은 국회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우원식 국회의장이 낸 권한쟁의 심판에 대한 변론을 종결했다. 오는 20일 추가 변론 기일이 지정된 윤 대통령 탄핵 심판 변론 종결 이전에 마 후보자 관련 권한쟁의 심판의 결론이 먼저 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만약 헌재가 우 의장의 손을 들어줄 경우 최 대행은 마 후보자를 곧바로 임명할 수도 있고 시간을 끌 가능성도 있다. 일단 윤 대통령 탄핵 심판 변론 종결 전까지 최 대행이 임명을 보류하면 헌재는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을 포함한 8인 체제에서 탄핵 결론을 내려야 하는데 민주당 입장에서 불안할 수밖에 없다. 앞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심판에서 4대 4로 갈린 헌재의 상황을 감안하면 재판관 3명의 반대로 윤 대통령 탄핵이 물 건너 갈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장담하긴 힘들다는 것이다. 최근 보수 지지층이 ‘헌재 심판은 여론전’이라며 강하게 결집하는 모습도 민주당으로서는 안심할 수 없는 장면이다.
반면 최 대행이 마 후보자를 전격 임명해도 민주당에 불안 요소는 있다. 마 후보자가 탄핵 심리에 합류하면, 새로 온 재판관이 사건 기록 등을 확인하는 ‘변론 갱신 절차’를 거쳐야 해 탄핵심판 선고가 늦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변론 갱신 절차는 짧게는 1주일에서 길게는 수개월까지도 걸릴 수 있다고 한다. 물론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최악의 경우 변론 갱신 절차가 끝나기 전에 문형배·이미선 재판관(4월 18일 임기 만료)이 퇴임해 버려 7명만 남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이재명 대표의 ‘재판 리스크’로 인해 최대한 이른 대선을 치러야 하는 이 대표와 민주당으로서는 ‘악몽’같은 시나리오다.
이 때문에 민주당 일각에선 헌재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선고 이후에 마 후보자 임명 거부에 관한 판단을 내려주길 희망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물론 9인 체제에서 안정적 탄핵 결론과 헌재 결정의 절차적 정당성 확보를 위해 마 후보자의 조속한 임명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다수이긴 하다. 현 조건에서 민주당에게 최선은 윤 대통령 측의 변론이 종결된 이후 마 후보자 관련 권한쟁의 결론이 나는 것이다. 탄핵 심판이 준용하는 형사소송법에는 ‘선고 만을 앞둔 경우 절차 갱신을 밟지 않아도 된다’(제301조)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