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석방 후 ‘숨 고르기’에 들어간 여권 잠룡들이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다가오면서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탄핵심판 결론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지만, ‘조기 대선’ 현실화를 염두에 두고 수면 아래에서 보수 지지자들을 향해 영향력을 드러내며 조심스레 차기 대선을 준비하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16일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린 예배에 참석해 모습을 드러냈다. 예배를 마친 한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대통령 탄해심판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한 전 대표는 “헌재가 헌법과 그 정신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릴 것으로 믿는다”며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어렵게 구축한 나라다. 따라서 승복은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저서 〈국민이 먼저입니다〉를 출간한 한 대표는 지난 10일 부산에서 북 콘서트에 참석하는 등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시작했다.
안철수 의원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청계재단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이다. 지난주 대구·경북(TK) 지역을 방문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를 찾은 뒤, 보수층 지지자들의 마음을 사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양측은 이번 만남에서 정국 해법과 조기 대선 가능성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전 의원은 18일 대구·경북 지역을 방문한다. 보수 핵심 지역인 대구·경북 방문을 통해 보수층의 신뢰를 회복하고 지지세를 다지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배신자’라는 꼬리표를 달았던 그는 이번 방문을 계기로 부정적인 인식을 정면 돌파하려는 의지를 보인다.
윤 대통령 석방 이후 여권 내에서 탄핵 기각·각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일부 인사들은 조심스럽게 몸을 푸는 모습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오는 24일 저서 〈다시 성장이다〉를 출간하고 조기 대선 국면에서 출사표를 던진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저서 〈꿈은 이루어진다〉를 통해 대중과 소통한다. 당초 홍 시장은 저서 〈꿈은 이루어진다〉를 오는 21일에 출간할 예정이었지만 출간 시기를 탄해심판 선고 이후로 미뤘다.
대통령 탄핵 선고가 예상되는 이번 주에는 공식 일정도 최소화하는 분위기다. 오 시장은 헌재의 선고가 예상되는 이번 주는 별도의 외부 일정을 잡지 않았고, 홍 시장도 조기 대선 관련 일정을 잠정 보류한 상태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 이번 주에는 공식 업무만 수행할 예정이다. 한 전 대표도 전국 순회 북 콘서트와 대학 강연 등을 계획했다가 종교계 방문 일정으로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주자들의 이 같은 속도 조절은 탄핵심판 기각을 촉구하는 윤 대통령의 지지층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헌재의 선고 결과 이후 펼쳐질 조기 대선 국면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