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부와 인사 교류를 거부하는 의회 사무국 직원을 강제로 파견시켜 행정안전부로부터 ‘기관장 경고’와 함께 ‘수사 의뢰’ 처분을 받은 통영시의회 배도수 의장(부산일보 2024년 12월 4일 자 11면 등 보도)이 행안부에 제기한 ‘이의 신청’이 기각됐다.
19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행안부는 지난 11일 통영시에 ‘재심의 결과 안내’ 공문을 보냈다. 이는 지난해 11월 하달한 ‘2024년 하계휴가철·추석명절 공직기강 감찰 처분요구’에 대한 이의 신청 심의 결과다.
공직기강 감찰은 휴가철이나 명절을 앞두고 자칫 해이해질 수 있는 공직사회 기강을 다잡기 위해 실시하는 특별감찰이다. 통상 금품이나 향응 수수, 수당 부당 수령, 근무지 이탈 등 공직자 비위를 점검한다. 그런데 통영시에 대해선 이례적으로 공무원 인사 교류를 놓고 특정 감사를 벌였다.
단초가 된 건 통영시의 2024년 7월 인사명령이다. 통영시는 당시 4급 이하 공무원 261명에 대한 승진·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여기엔 시의회 사무국 소속 5급 1명, 6급 2명, 7명 1명 집행부 파견근무도 포함됐다. 집행부 자원과 맞교환하는 ‘상호 파견’ 형태로 기간은 1년이었다.
문제는 이 중 2명이 집행부 근무를 거부했다는 점이다. 지방공무원 임용령에 따라 인사 교류를 할 땐 본인 동의나 신청이 있어야 한다. 발령에 앞서 행안부 질의를 통해 위법 소지를 인지한 사무국은 인사권자인 의장에게 불가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후반기 의장 취임 전부터 특정 직원 파견을 요구해 온 의장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결국 담당 팀장과 국장은 집행부에 보낼 공문 결재를 거부했고, 배 의장은 직권으로 4명 파견을 파견을 통보했다.
이를 두고 행안부는 현행법 위반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행안부는 인사에 앞서 사무국이 요청한 ‘공무원 동의 없는 인사교류(상호파견발령)의 법령 등 위반 여부 질의’에서 “지방공무원 임용령에 위반된다”고 회신했었다. 행안부는 “배 의장은 위법한 사실을 알고도 1인 단독으로 수기 결재하고 강제로 인사 교류를 추진해 개인에게 정신적, 경제적 피해를 보게 했을 뿐만 아니라, 인사행정 신뢰를 저하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임용권자라는 직위를 이용해 고의로 인사발령을 하는 등 지방공무원법을 위반하였으므로 관련기관 수사가 필요하다”며 “통영시의회 의장은 배도수를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하라”고 요구했다. 의장이 의장 본인을 셀프로 수사 의뢰하라고 통보한 셈이다.
배 의장은 이에 반발해 “정당한 인사권 행사였다”며 재심의를 요청했지만 행안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의 제기마저 막히면서 현직 의장이 본인에 대한 수사를 의뢰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불가피해 졌다.
지방공무원법 제42조는 공무원 임용에 관해 부당한 영향을 미친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급기관 요구 사항을 이행해야 하는 의회 사무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발만 구르고 있다. 지시를 따르기엔 처분 대상이 인사권자라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으면 더 큰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자칫 애꿎은 직원들에게 불똥이 튈 수도 있다. 사무국 관계자는 “급하게 처리할 사안은 아닌 데다, (처분) 기한이 정해진 것도 아니라 아직 고민 중”이라며 “방법적인 문제에 대해 행안부에 다시 한번 질의한 뒤 절차에 맞게 처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와는 별도로 야당이 제기한 ‘직권남용’ 수사는 마무리 단계다.
통영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광호, 김혜경, 배윤주, 최미선 의원은 작년 9월 배 의장이 인사권을 남용해 위법적 인사를 강행했다며 통영경찰서에 고발장을 냈다. 경찰은 최근 고발인과 당사자, 인사담당자 등 관계인 조사에 이어 배 의장 소환까지 끝냈다. 경찰 관계자는 “관계인과 배 의장 진술 중 일부 어긋나는 부분이 있어 양 측에 ‘3자 대면 조사’를 통보한 상태”이라며 “이것까지 마무리되면 조사 결과를 종합해 (검찰) 송치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형법 제123조에서 정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직권남용죄)’가 인정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10년 이하 자격정지,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한편, 앞서 집행부로 강제 파견된 사무국 직원 2명 중 교통과로 발령된 6급 직원 A 씨는 경남도 소청심사를 거쳐 142일 만에 시의회 사무국으로 돌아왔다. 소청위는 두 달여에 걸친 심의 끝에 A 씨가 제기한 ‘파견발령 처분 취소 청구’를 인용했다.
소청는 결정문에서 ‘해당 인사발령은 법령에 따르지 않은 임의 파견이며, 실질적으로는 인사교류이므로 당사자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A 씨 파견 명령이 포함된 7월 10일 자 인사명령을 무효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