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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지만 ‘산레모’ 덕분에 이탈리아 가수로 활동 중입니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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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수 이탈리아 팝 가수. 3년 전인 2022년 이탈리아 산레모 가요제 ‘뉴탤런트’ 부문에서 동양인 최초로 우승했다. 정종회 기자 jjh@ 박종수 이탈리아 팝 가수. 3년 전인 2022년 이탈리아 산레모 가요제 ‘뉴탤런트’ 부문에서 동양인 최초로 우승했다. 정종회 기자 jjh@

“제 노래를 많이 들려드리고 싶고, 저를 통해서 많은 분이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한국인이 이탈리아 팝(칸초네) 가수로 현지에서 활동한다고?’ 처음엔 의아했다. 지난 16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사)부산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와 (사)부산예술후원회 주관으로 개최한 ‘팬텀 스타워즈-부산청년 봄을 깨우다’ 공연을 직접 보고 나서 궁금증이 더 커졌다.

베이스바리톤 길병민·바리톤 이승민·바리톤 신명근과 함께 이날 무대에 오른 ‘꿀 보이스’ 남성 성악가 겸 가수 중에서도 테너 박종수(36·유럽 FONOPLAY 소속 아티스트)는 특별했다. 그는 2022년 이탈리아 산레모 칸초네 페스티벌(이하 산레모 가요제)의 ‘뉴탤런트’ 부문에서 동양인 최초로 우승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라 이탈리아 팝 가수로 공식 데뷔해 활동 중이다. 2023년엔 1집 앨범 ‘소리디’(SORRIDI, 미소)를 발표했다.

박종수는 이날 공연을 위해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날아왔다고 했다. “부산 무대에 선 건 4년 만입니다. 부산에서 대학도 나왔고, 부산에서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올 텐데 의외로 서울보다 부산 공연이 적어 늘 아쉽습니다.”

지난 16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팬텀 스타워즈-부산청년 봄을 깨우다’ 공연이 끝난 후 출연자들이 기념 촬영을 했다. 왼쪽부터 박종수, 신명근, 다니엘S김(지휘), 이승민, 길병민. 김은영 기자 지난 16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팬텀 스타워즈-부산청년 봄을 깨우다’ 공연이 끝난 후 출연자들이 기념 촬영을 했다. 왼쪽부터 박종수, 신명근, 다니엘S김(지휘), 이승민, 길병민. 김은영 기자

이날 공연에서 4명의 성악가 겸 가수들은 이탈리아 가수 지미 폰타나가 부른 ‘일 몬도’와 역시 이탈리아 가수 도메니코 모두뇨가 1958년 발표한 싱글 ‘볼라레’를 다 함께 불러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볼라레’는 1958년 산레모 가요제 우승 곡이기도 하다. 박종수는 특유의 미성으로 헨리 맨시니 ‘로마의 기타’와 뮤지컬 ‘노트르담의 파리’ 중 ‘대성당들의 시대’ 등을 불러 눈길을 끌었다.

(사)부산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와 (사)부산예술후원회 주관으로 3월 16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서 열린 ‘팬텀 스타워즈-부산청년 봄을 깨우다’ 공연 모습. 앞줄 맨 오른쪽이 박종수. 부산예총 제공 (사)부산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와 (사)부산예술후원회 주관으로 3월 16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서 열린 ‘팬텀 스타워즈-부산청년 봄을 깨우다’ 공연 모습. 앞줄 맨 오른쪽이 박종수. 부산예총 제공

경남 양산에서 태어난 박종수는 2014년 부산대 음악학과에서 성악을 전공한 뒤 김해의 오페라단에서 활동하다 그해 9월 이탈리아 밀라노 베르디음악원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는 석사과정에 있으면서 방송 촬영 코디네이터, 통역, 사진작가, 가이드 일을 하면서 생활을 유지했으나 2020년 코로나가 터진 뒤 어쩔 수 없이 부산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러나 2년 뒤 산레모 가요제에 도전하기 위해 다시 이탈리아로 떠났다. 산레모 가요제는 기성 가수 부문, 신인 부문, 그리고 뉴탤런트 부문 등 총 세 가지 경연대회가 있다.

“성악가로서 이탈리아 팝 도전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가이드 일을 할 때 ‘일 볼로’라는 남성 3인조 그룹 노래를 자주 들었는데, 이들이 바로 성악 발성을 기반으로 한 이탈리아 팝 가수입니다. 이들은 자기 노래도 부르지만, 산레모 때 유행한 노래를 리메이크했는데, 자연스럽게 이탈리아 가요에 빠지게 된 겁니다.” 생업을 위한 가이드 일이 진짜 생업을 만들어준 경우가 됐다.

3년 전인 2022년 2월 5일 이탈이라 산레모 가요제 뉴탤런트 부문에서 우승한 뒤 입상자, 심사위원 등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박종수(뒷줄 가운데). 본인 제공 3년 전인 2022년 2월 5일 이탈이라 산레모 가요제 뉴탤런트 부문에서 우승한 뒤 입상자, 심사위원 등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박종수(뒷줄 가운데). 본인 제공

첫 도전이었던 산레모 가요제는 순전히 혼자서 준비했다. 얼마나 많은 참가자가 있었던지, ‘뉴탤런트’ 부문에만 3000여 명이 몰렸다고 한다. 코로나 기간이 겹쳐서 도시 간 이동도 쉽지 않던 시기였지만, 서류 심사부터, 오디오 심사, 예선, 준결승, 결선을 어렵사리 치렀다. 산레모 가요제가 열리는 2월 초엔 숙소가 비싸서 산레모에 머물지 못하고, 밀라노에 방을 구해서 왔다 갔다 했다.

박종수가 우승할 때 불렀던 곡은 공교롭게도 안드레아 보첼리가 1994년 산레모 가요제에 참가해 신인 부문 우승을 차지했을 때 불렀던 ‘이 고요한 저녁 바다’였다. “선곡을 위해 정말 많은 곡을 검색했습니다. 어느 날, 한 영상을 봤는데 이 노래의 극고음으로 가기 전에 중간 부분에서 멜로디가 올라가는데 이탈리아 사람들이 ‘와~’ 하면 손뼉을 치는 겁니다. 문득, ‘사람들이 저렇게 공감하는구나’ 싶은 게 나만 잘 부르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저 노래를 하고 난 뒤 정말 많은 이탈리아 분이 알아보시고, 좋아해 주셨습니다. 제 커리어의 첫 우승이기도 해서 정말 얼떨떨했습니다”

빈체 템페라(오른쪽) 심사위원장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박종수. 본인 제공 빈체 템페라(오른쪽) 심사위원장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박종수. 본인 제공

그는 예명도 ‘헝크 테너’로 골랐다. 이탈리아에선 가요제에 참여하려면 예명이 필요했고, 이왕이면 눈에 확 띄는 게 좋겠다 싶어서 ‘섹시한’ 뜻을 가진 ‘헝크’를 골랐다. 지금은 ‘PARK’(파르크)라는 예명을 사용한다. 이탈리아 이름은 클라우디오. 사람들은 둘을 섞어서 부르기도 한다. 산레모 가요제 심사위원장을 맡은 지휘자 빈체 템페라는 박종수에게 우승 트로피를 수여하며 “마치 이탈리아가 낳은 전설의 테너 베냐미노 질리(1890-1957)의 노래를 듣는 것 같았다”며 극찬했다.

“성악적인 것을 최대한 버리지만 기본적인 뼈대는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탈리아의 유명한 발성이 벨칸토 발성법인데, 항상 말하듯이 노래하라고 하는데 거기다 호흡만 붙이면 노래가 되는 것이니까요. 물론 가요와 클래식이 다른 점은 있습니다. 저는 지금도 목을 풀 땐 성악 발성법을 활용합니다.”

박종수 이탈리아 팝 가수. 김은영 기자 박종수 이탈리아 팝 가수. 김은영 기자

우승한 뒤에는 일단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에서 활동하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소속사도 유럽에 있고, 여러모로 쉽지 않았다. 2024년 4월 결혼 이후 8월엔 다시 이탈리아로 건너가 피렌체에 정착했다. 로마도, 밀라노도 아닌 왜 피렌체인가 물었더니 “피렌체에서 가이드 학교를 이수한 이력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피렌체가 르네상스의 발상지로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문화적 깊이를 더 느껴보고 싶어서”란다. 좀 더 공부하면 밀라노로 옮겨갈 계획이다. “올해부터는 클라우디오 빌라(1926~1987)를 오마쥬하는 음악회를 만들 예정입니다. 올여름엔 올해 산레모 가요제를 지휘한 리카르도 잔 지로라미(피아노, 작곡가)와 함께하는 공연도 구상 중입니다.”

그는 지난주 피렌체행 비행기를 탔다. 언제, 다시 부산 무대에서 만날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이탈리아 팝 가수로서 승승장구하길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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