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에어를 중심으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이 통합하는 방안이 유력한 가운데 진에어는 이번 주총에서 자본준비금을 감액해 일부(894억 원)를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하고 결손금 1106억 원을 보전하는 안건을 처리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재무 건전성을 확보, 통합 LCC 구심점 역할을 맡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의 ‘에어부산 분리매각 거부’ 공식화 이후 진에어의 에어부산 ‘흡수합병’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진에어가 ‘결손금 털어내기’를 통해 재무건전성 회복에 주력하는 반면 에어부산의 재무구조는 개선이 느린 상태다. 진에어가 상대적으로 부실한 에어부산을 흡수합병하기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항공 자회사인 진에어는 25일 주주총회에서 자본준비금 중 1106억 원을 결손금 보전에 사용하는 안건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진에어는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결손금이 1065억 9900만 원이었다. 이번에 결손금을 완전히 털어내 재무 건전성을 확보, 대한항공 계열의 LCC 통합에서 ‘주체’ 역할을 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반면 지난해 12월 기준 결손금이 2800억 원에 달하는 에어부산은 확실한 재무구조 개편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에어부산의 부채비율은 2022년 연말 869%에서 2023년 626%로 줄었다가 지난해 다시 919%로 증가했다. 반면 진에어 부채 비율은 2022년 698%에서 2023년 566%, 2024년 430%로 꾸준히 감소했다.
에어부산은 재무 안정성 문제로 항공기 도입이나 인력 확대 등 투자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진에어나 제주항공이 지난해부터 새 항공기를 도입하고 노선도 신규 배분 받는 등 성장 전략을 폈지만 ‘피합병 회사’가 된 에어부산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운영에 머물러 있다. 이 때문에 한진그룹이 이미 진에어 중심의 LCC 통합 전략을 세우고 에어부산 성장을 막아온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국내 LCC들은 경쟁적으로 항공기 보유 대수를 늘리며 공격적인 경영에 나선 상태다. 티웨이항공의 경우 지난해 기준 33대인 전체 항공기 규모를 2027년까지 50대 규모로 확대할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항공 역시 사고 영향에도 최근 B737-8 항공기 1대를 추가로 구매하는 등 기단 현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주항공은 2030년까지 여객기 평균 기령을 5년 이하로 낮춰 안전성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기단 확대 경쟁에서 예외가 된 LCC는 에어부산이 사실상 유일하다. 에어부산은 2019년 항공기 26대를 보유했으나 지난해 기준으로 24대로 줄었다.
에어부산은 대한항공 계열로 합병이 예정돼 유럽 노선 배분 등에서도 배제된 바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과정에서 유럽 노선 등의 운수권이 재배분됐고 이 과정에서 티웨이항공이 유럽 4개 노선(파리·로마·프랑크푸르트·바르셀로나)을 넘겨받아 지난해부터 운항하고 있다. 에어프레미아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와 샌프란시스코, 뉴욕 등 미주 중심의 장거리 항공편을 띄우고 있다.
항공업계에선 국토교통부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따라 경쟁이 제한되는 30여 개 운수권을 재배분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티웨이항공, 에어프레미아, 제주항공 등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에어부산은 이런 운수권 재배분 대상에서 제외돼 성장의 기회를 잃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중장거리 노선 배분 제외는 김해공항의 부산 출발 노선 확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에어부산이 진에어에 흡수합병될 경우 대한항공과의 내부 경쟁을 피할 것으로 예상돼 부산 출발 중장거리 노선 확대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LCC 전략과 관련, “다른 LCC와 달리 통합 진에어는 지금처럼 관광 수요가 많은 단거리 노선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