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이 접수된 지 100일이 넘었지만, 헌법재판소는 여전히 탄핵심판 선고일 지정을 미루고 있다. 26일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28일 선고를 위해선 26일 전까지 헌재가 선고일을 정해야 하는데, 지정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는 다음 주인 4월로 또 한 번 미뤄지게 된다.
헌재는 지난 24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열고 기각 결정을 내렸다. 서울고등법원은 26일 오후 이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을 선고한다. 이 대표가 앞서 1심에서 피선거권 상실형(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만큼, 26일 법원 판단은 이 대표의 대권 가도를 흔들 민감한 재판으로 꼽힌다. 이 같은 상황에서 헌재가 26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을 지정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엔 고교 3학년 전국 모의고사가 예정돼 있는 데다, 이 대표 2심 선고 결과에 따라 여야 지지자 충돌 우려도 제기된다. 이날 곧바로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을 지정할 경우 지지층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헌재가 연이틀 선고를 내린 전례가 없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 대행 탄핵심판 선고에 이어 같은 주에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이뤄질 확률이 낮다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한 대행 탄핵심판 판단에서 헌법재판관 의견이 기각 5명, 각하 2명, 인용 1명 등으로 나뉜 것도 선고일 지정 연기의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현직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도 헌법재판관 의견이 갈릴 경우, 국민 분열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전원일치'를 조율 중인 게 아니냐는 것이다.
헌재가 26일에도 선고일을 지정하지 않으면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는 사실상 다음 주로 넘어간다. 지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 헌재는 선고 2~3일 전 선고일을 통보해 왔기 때문이다. 26일이 사실상 이번 주 내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위한 선고일 지정 기한인 셈이다.
당초 28일을 유력한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로 전망하던 정치권 내 기류도 바뀌는 모양새다. 한 여권 관계자는 "28일 선고 가능성도 여전하지만, 한 대행 선고와 이 대표 2심 선고에 이어 한 주에 현직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까지 이뤄지는 건 쉽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가 길어지면서 정치권 피로감도 가중되고 있다. 민주당은 연일 광화문 천막 당사에서 회의를 열고 국회에서 광화문까지 도보 집회를 이어가는 등 '집단 행동'이 일주일을 넘어서고 있다. 국민의힘도 헌재 앞 릴레이 1인 시위와 단체 피켓 시위를 여는 등 거리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