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6일 경북 지역 대형산불 대응과 피해 복구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다만 ‘정쟁을 중단하자’는 여당 제안에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조속한 탄핵 심판 선고’가 우선이라고 선을 그어 상반된 시각을 드러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제15주기 천안함 46용사 추모식 참석 뒤 기자들과 만나 경북 지역 대형 산불과 관련해 “국가적 재난 앞에 여와 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지키고, 피해를 신속 복구해 국민이 하루빨리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돕는 게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야 정치권에 “국가적 위기가 지속되는 기간은 최소한 정쟁을 멈추고 국민 앞에 하나 된 모습으로 재난 극복에 힘을 모으자”며 “정치권이 오늘부로 정쟁을 당분간이라도 멈추자”고 제안했다.
당이 산불대응 비상체제에 돌입하면서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기각·각하’ 촉구 릴레이 기자회견을 이어오던 국민의힘 의원들도 회견을 중단했다. 여당의 이 같은 행보는 야당이 서울 광화문 천막당사 등에서 장외투쟁에 집중하는 것과 대비해 민생을 챙기는 정당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산불 사태에 대한 총력 대응을 요청하면서도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두고 헌법재판소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의 선고기일이 확정되지 않는다면 사실상 선고가 다음 주 이후로 미뤄지는 만큼 헌재를 향한 비난 수위를 높이는 모습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 천막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22일)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진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더 이상 인명 피해가 생겨서는 안 된다. 힘들겠지만 소방당국과 산림당국에 최선을 다해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정쟁을 멈추자는 여당의 제안에는 선을 긋고 헌재에 대한 비난을 이어 나갔다. 이 대표는 “헌재 판결이 4월로 미뤄질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뭐가 그리 어렵냐”며 “저도 국민들도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이 맡긴 권력으로,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에게 위협을 가하지 않았느냐”며 “어떻게 대명천지 대한민국에서 군사정권을 꿈꾸고 군사쿠데타를 시도하나. 헌정질서를 완전히 파괴하는 행위이고 실제로 실행하지 않았느냐”고 강조했다.
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를 향해서는 “복귀했다는 것은 지위와 권력을 회복한 것이 아니고, 책임과 역할을 더 가지게 됐다는 것으로 이해하길 바란다”며 “마은혁 헌법재판관, 마형주 대법관 빨리 임명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의 조속한 탄핵 심판에 따른 국정 안정이 우선이라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국민의힘이 제안한 ‘정쟁 중단’에 대해 “일단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부터 하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의 빠른 선고일 지정부터 하는 것을 촉구한다”며 “국정을 안정시키는 게 가장 먼저가 돼야 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이날 국회에서는 법제사법위원회가 헌법재판소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기일을 신속히 지정해달라고 촉구하는 결의안을 야당 주도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반발, 전원 퇴장해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