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번지는 산불은 귀중한 인명과 재산뿐만 아니라 천년을 버틴 국가 문화재들조차 잡아 삼키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26일 산불 관련 국가유산 피해 현황을 긴급 조사, 발표했다. 26일 오후 5시 현재 국가 지정 문화재 11건을 비롯해 시도지정문화재 4건 등 모두 15건이 전소되거나 부분 피해를 입었으며 국가유산 현장에 750여 명을 투입해 방염포 설치, 예방 살수 등 긴급 조치를 취하고 있다.
피해 문화재를 살펴보면, 우선 국가지정 보물인 경북 의성 고운사 연수전과 가운루가 전소되었다. 천년의 세월을 버틴 고운사지만, 화마에 허무하게 무너져 불교계는 애통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산에 접해있는 사찰의 특성 때문에 국가 문화재로 지정된 다른 사찰도 위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유산청은 안동 봉정사 극락전과 주요 국보·보물 30여 건에 방염포를 설치했으며 산불 인근 예천, 문경, 군위 등 주요 국가유산 현장을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
국가 지정 명승으로 강원 정선 백운산 칠족령, 경북 안동 만휴정 원림과 백운정 및 개호송 숲 일원이 일부 손실됐다. 국가지정 천연기념물인 울산 울주 목도 상록수림, 경북 안동 구리 측백나무숲, 경북 영양 답곡리 만지송이 피해를 입었다. 국가지정 민속문화유산으로 경북 청송 송소 고택과 서벽고택, 사남고택이 일부 또는 전부 소실됐다.
이 외에 시도지정 유산으로 경남 하동 두양리 은행나무와 두방재, 울산 운화리성지, 경북 청송 만세루 큰 피해를 입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본청 간부와 담당자, 국립문화유산연구원, 문화유산돌봄센터, 안전경비원 등 국가유산청 가용 인원을 총동원해 국가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