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설을 앞두고 가족들이 함께 목욕탕에 가서 묵은때를 밀었다. 깨끗한 몸과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한다는 의미였다. 얼마 전 오랜만에 목욕탕을 찾았다. 해운대문화원이 최근 발간한 <Go Go 해운대온천> 덕분이었다. 해운대 온천 대중탕 10곳을 찾아가 즐긴 체험기를 읽다 보니 목욕탕을 향해 몸이 먼저 반응했다. 이 책을 바탕으로 직접 방문하거나 자료 조사를 추가해 해운대 온천 대중탕의 특징을 비교해 봤다. 할매탕, 해운대온천센터, 클럽디 오아시스, 스파랜드, 송도탕, 힐스파, 해운온천, 베니키아 호텔, 해운대온천 족욕탕까지 9곳의 이야기다. 해운대에는 바다 말고, 온천도 있었다!
90년 전통을 자랑하는 ‘할매탕’. 박종호 기자
■두 지붕 한 가족 할매탕&해운대온천센터
1935년에 영업을 시작해 90년 전통을 자랑하는 ‘할매탕’부터 먼저 방문해야 할 것 같았다.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2023년에 리모델링해서 깨끗하다. 직원들이 수시로 물 온도를 체크하는 모습도 믿음이 간다. 해운대 온천은 식염천이라더니 역시나 물맛이 약간 짭짤하다. 초창기에 유독 할머니들이 많이 찾아 할매탕이라고 이름이 붙었단다. 온천수의 치유 효과가 뛰어나다는 이야기에 할머니들이 아픈 부위(?)만 탕에 담그는 진풍경이 펼쳐졌다나…. 여탕은 잘 모르겠지만 남탕(할매탕에도 남탕이 있다!)에는 멋쟁이 할배들이 눈에 띄었다.
낡은 할매탕을 허물고 세운 ‘해운대온천센터’ 내부. 해운대온천센터 제공
이웃한 해운대온천센터는 2006년에 문을 열었다. 낡은 할매탕을 허물고 그 자리에 세운 대규모 온천 시설이 해운대온천센터다. 지하 2층, 지상 7층의 대형 건물이다. 4층은 매표소와 여탕, 5층은 남탕, 7층은 헬스장이 운영되고 있다. 해운대온천센터는 여자 남자 사우나 각각 500평으로 규모가 크고 시설도 좋다. 저온탕, 고온탕, 열탕, 냉탕2, 냉각탕1, 폭포수, 소금벽돌사우나, 황토사우나, 암염사우나, 원적외선 조사대 등을 갖추고 있다. 열탕은 온천수 원탕이라 펄펄 끓는다. 해운대온천센터는 해운대 다른 온천 시설에 비해 몇 배 더 깊은 심도인 지하 954m에서 섭씨 63도의 온천수를 하루 평균 1500톤 자체 생산하고 있다. 알고 보니 옛날 향수를 그리워하는 분들을 위해 바로 옆에 별관 형태로 만든 시설이 지금의 할매탕이라고 했다. 고로 할매탕과 해운대온천센터는 두 지붕 한 가족인 셈이다.
해운대 엘시티에 위치한 ‘클럽디 오아시스’ 인피니트풀. 클럽디 오아시스 제공
■클럽디 오아시스 청수당
해운대 엘시티에 위치한 대규모 스파 및 워터파크인 ‘클럽디 오아시스’는 해운대 온천의 신흥 강자다. 사막 같은 도시에서 오아시스를 꿈꾼다는 의미를 담았다. 2024년에는 부산 최초의 ‘국민보양온천’으로 지정됐다. 온도나 성분이 우수하고 주변 환경이 양호해 건강 증진에 적합하다고 인정된 온천이란 의미다. 클럽 디오아시스는 4층 워터파크, 5층 실내외 온천탕, 6층 찜질방과 스파로 구성되어 있다. 목욕탕 개념인 5층은 탕 5개 (해, 운, 목, 지, 금)와 야외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스파를 즐길 수 있는 노천탕 테마 구역인 청수당이 있다.
뜨끈한 온천탕에 앉아 하늘과 맞닿은 바다를 감상하는 맛이 일품이다. 혹한의 추위가 몰려온 날, 겨울비가 내리는 날, 특히 청수당의 매력은 극대화된다. 일차 목욕을 마쳤다면 다채로운 찜질방 구경을 다닐 차례다. 찜질방은 소금방, 맥반석방, 히노끼방, 면역공방 등 특색 있는 방으로 꾸며져 있다. 야자 매트를 깔아 자연친화적인 느낌의 소금방은 적당히 따뜻해 휴식하기에 좋다. 스파 이용 시간 5시간이 생각보다 금방 지나간다.
두 종류의 온천수가 나오는 ‘스파랜드’ 온천탕 내부. 스파랜드 제공
■센텀 스파랜드
스파랜드에서는 두 종류의 온천수가 나온다. 염화칼슘온천은 피부를 매끄럽게, 해운대 온천의 전형적인 염화나트륨온천은 혈액순환과 통증 완화에 도움을 준다. 2005년 10곳을 뚫어도 나오기 힘들다는 온천수가 두 번의 굴착공사에서, 그것도 각기 다른 온천수가 터져 나오자 ‘신의 축복이 내렸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스파랜드는 2300여 평의 면적에 18개의 온천욕탕과 13개의 찜질 시설을 자랑한다. 스파랜드 온천은 염화칼슘온천탕, 염화나트륨온천탕, 바데풀(마사지나 지압 효과와 같은 기능을 동시에 갖춘 물놀이시설), 미냉탕, 급냉탕, 핀란드사우나를 갖추고 있다.
스파랜드의 찜질방은 마치 세계의 찜질 문화와 최첨단 과학기술을 접목한 것 같다. 심해나 우주에 머무는 듯한 환상적인 느낌의 웨이브드림룸, 몸 전체로 소리를 느끼며 휴식하는 바디사운드룸, 전자를 발생시켜 몸을 이완시키는 SEV룸 등이 있다. 터키의 고대 욕장을 재현해 대리석에서 증기욕을 체험하는 하맘룸에서는 시간 여행 기분까지 든다. 2층에 위치한 릴렉스룸의 해먹방에는 마치 누에고치처럼 사람들이 공중에 매달려 평화롭게 휴식하고 있다. 기본 이용 시간은 4시간이며, 식음료 1만 원 이상 사용 시 6시간까지 이용할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부산 여행을 왔다면 클럽디 오아시스, 20~30대라면 스파랜드를 추천한다.
바다 조망으로 유명한 ‘힐스파’ 온천탕. 힐스파 제공
■전망 좋은 베스타부터 족욕탕까지
일제강점기 해운대는 송림과 백사장, 그리고 온천 여관들이 띄엄띄엄 자리 잡은 한적한 휴양지였다. 그 흔적이 해운대 온천지구의 역사를 간직한 ‘송도탕’의 이름에 남아 있다. 송도탕은 소나무 송(松), 파도 도(濤)를 쓴다. 송도탕 이름은 일제강점기 부산의 관광지로 유명했던 온천 숙박시설 송도각에서 따왔다. 동래별장과 쌍벽을 이룰 만큼 유명했던 송도각은 1960년에 불에 타 전소했다. 그 자리를 1970년 대중탕인 송도탕이 이어받았다. 현재 건물은 1997년에 다시 지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이곳 냉탕은 다른 곳에 비해 길이가 길고 넓다. 냉탕 물은 장산에서 내려오는 청정수 그대로다. 물도 더 미끈미끈하고 깨끗한 느낌이다.
달맞이언덕에는 통유리를 통해 해운대 앞바다와 오륙도, 광안대교까지 보이는 바다 조망으로 유명한 ‘힐스파’가 있다. 2023년 리모델링을 마치고 이름을 베스타에서 힐스파로 바꿔 재개장했다. 해운대 온천지구의 다른 온천하고 달리 물에서 짭짤한 맛은 느껴지지 않는다. 심층 암반수의 성격이 강해 미네랄은 풍부하지만, 염화나트륨 비중이 낮아 짠맛이 나지 않는 것이다. 소금기 특유의 끈적임이 없어 선호하는 분도 많다. 힐스파는 24시간 찜질방을 운영(최대 10시간 이용 가능)하고 수면실도 있다. 혼자 부산 여행을 왔거나,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객에게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어 보인다.
수질 좋고 단골 많기로 유명한 해운온천 실내. 해운온천 제공
‘해운온천’은 오래된 단골이 많은 온천탕이다. 소박하고 정겨운 동네 목욕탕의 분위기를 띠고 있지만 수질만큼은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정평이 나 있다. 해운온천 앞에는 시 소유 1호 온천공이 있다. 과거에는 이곳에서 용출된 온천수를 해운대 곳곳의 온천탕과 숙박시설에 보냈다. 지금은 각 온천마다 자기 온천공을 뚫어 쓰는 경우가 많아 과거보다는 인근 업장에 보내는 온천수 양이 적다. 고온탕은 천연온천 100%. 저온탕은 온천수와 수돗물이 적절하게 섞여 있다. 이전에는 해운장·해용장 등 온천여관이 있었던 곳이고, 오래된 옛 사진을 보면 해운각이 있었던 곳으로 보인다.
바닷가에서 3분 거리에 있는 베니키아호텔 사우나 옷장. 베니키아호텔 제공
베니키아호텔 해운대 대중탕은 예전에 서울온천으로 알려진 곳이다. 바닷가에서 3분 거리에 있어 여름철 피서객들은 해수욕을 즐기고 이곳에서 온천을 한다. 자체 온천공이 있어 62도의 온천수를 사우나와 전 객실에 공급한다. 서울온천을 2016년 재개발해 베니키아호텔 내 사우나로 재개장하며 온천 규모가 축소되었다.
해운대 해수욕장 관광 안내소 바로 옆에 있는 해운대온천 족욕탕. 부산일보DB.
해운대 해수욕장 관광 안내소 바로 옆에는 해운대온천 족욕탕이 있다. 족욕탕 운영시간은 4~10월 13시~18시, 11월~3월 12시~17시다. 요즘 같은 한겨울에도 족욕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 따뜻한 온천물에 족욕을 하고 나면 체온이 올라가 덜 춥게 느껴진다. 언제 봐도 시원한 바다와 따뜻한 온천, 해운대가 새삼 더 좋게 느껴진다. 해운대문화원 최수기 원장은 “국내 유일의 임해 온천인 해운대 온천을 해운대 관광의 중심으로 육성해야 한다. 해운대 온천 체험을 위한 스탬프 투어를 구성하고, 외국인 때밀기 체험 등 외국인 대상 콘텐츠 개발도 필요하다. 해운대 구민이 온천을 피부로 실감하도록 입장료 할인과 지역 상권 할인 쿠폰으로 온천을 일상 속 콘텐츠로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