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부산 앞바다에 초대형 크루즈가 잇따라 들어오면서 부산 관광 지형이 바뀌고 있다. 부산은 크루즈가 단순히 잠시 들렀다 떠나는 곳이 아닌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도시로서의 다음 단계를 준비한다. 올해는 부산이 크루즈 관광객이 머무르고 소비하는 ‘체류형 관광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원년이 될 전망이다.
■시장·업계·공적 지원 삼박자
아시아 크루즈 시장의 회복세와 외국적 선사의 기항 확대, 부산관광공사의 크루즈 관광 활성화 지원 등은 크루즈 관광 성장의 발판이다. 부산관광공사는 올해 크루즈 산업 활성화를 위해 모항·준모항 크루즈 유치 마케팅과 기항지 관광 콘텐츠 개발에 나섰다. 크루즈항은 모항, 기항, 준모항으로 구분된다. 모항은 크루즈가 출발해 다시 종착하는 항구로, 승객 승하선이 가능하다. 기항은 크루즈 항로 선상에 있어 승객이 잠깐 내려 관광을 즐길 수 있는 항이다. 준모항은 모항과 기항의 혼합형이다.
관광활성화를 위한 용역도 추진한다. 공사는 지난달 ‘2026 부산모항 및 준모항 크루즈 관광활성화 용역’을 발주했다. 부산에서 1박 체류하는 승객을 대상으로 한 심야 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관광안내소를 운영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용역비 9000만 원을 들여 올해 12월 마무리될 예정이다.
해외 선사 네트워크 확대 등에도 나서고 있다. 글로벌 크루즈 전시회와 포트 세일즈 참여를 통해 신규 항차 유치를 추진하는 한편, 공연·기념품·셔틀 등 선사 지원 패키지를 제공해 부산 기항 만족도를 높일 계획이다. 또 사전·사후 관광 프로그램과 특별 행사 등을 통해 크루즈 관광객의 부산 체류 시간을 늘리고 지역 관광 소비 확대를 유도한다.
중일 외교 갈등 등 외부 환경 변화도 부산 크루즈 관광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초 일본 기항을 계획했던 중국 크루즈 선사들은 중일 외교 갈등의 여파로 대체 기항지로 부산을 선택했다. 해운대·광안리 등 해수욕장은 물론 남포동과 자갈치시장 등 원도심 관광지까지 갖추고 있는 부산이 적합한 여행지라는 평가다.
세계 크루즈 시장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아시아 시장도 회복세를 보이며 각국에서 크루즈 관광에 대한 인기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2019년에는 부산 크루즈 관광객 국적이 일본 42%, 미국 12%였으나 현재는 일본, 미국, 중국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다.
지난달 부산에 입항한 4만 7800t급 대형 국제 크루즈선인 ‘자오샹이둔호’. 해수부 제공
■관광객·입항 횟수 모두 ‘역대급’
올해는 부산항 개항 이래 최대 규모인 80만 명이 넘는 크루즈 관광객이 몰려올 전망이다. 이전까지는 2016년이 56만 명으로 최대였는데 10년 만에 최대치를 경신했다.
입항 횟수도 올해 최다를 기록할 예정이다. 지난 1월 기준 ‘2026년 부산항 크루즈 입항 계획안’에 따르면 부산항에는 2024년 114항차, 지난해 203항차에 이어 올해는 부산항 개항 이래 최대 규모인 총 438항차의 크루즈선이 입항할 예정이다. 특히 부산항에 입항할 중국발 크루즈는 총 173항차로, 지난해 8항차 대비 21배 이상 증가했다.
쏟아지는 크루즈 관광객을 맞이하기 위해 부산항도 변신 중이다. 부산시는 오버나잇 크루즈(항구에서 하루 이상 정박하는 일정으로 운항하는 크루즈)인 레가타(Regatta)호의 입항에 맞춰 전국 최초로 크루즈 터미널 24시간 운영을 실시했다.
■관광객 맞을 채비·미래 준비해야
부산항에 관광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자 세관·출입국·검역(CIQ) 등의 수용 태세 강화도 중요해졌다. 승하선 지연 문제 등을 사전에 방지해 늘어난 관광객을 맞을 채비를 마쳐야 한다는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1월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서 부산본부세관, 부산출입국·외국인청, 국립부산검역소, 부산항만공사(BPA) 등과 함께 ‘부산항 크루즈 승하선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고 운영 효율화와 인력 확충에 나섰다. 이들은 대형 크루즈 입항 시 터미널 내 병목 구간을 점검하고 입국심사대 대기시간 단축과 동선 개선을 하기로 했다.
부산 크루즈 사업의 지속성을 위해 부산 모항 유치 확대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중국·일본·대만 등 아시아 주요 항만과 파트너십 체결을 통한 상생 전략, 정박료·항만사용료 할인 등 선사 마케팅, 관광객 유치 지원 시스템, 새 항로 개발과 부산 브랜드 마케팅 등이 필요하다. 국적선 모항 유치 지원을 위한 선상 카지노 허가 문제 개선 등 규제 완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크루즈 여행 활성화를 위해선 다양한 연령층이 단기간 저비용으로 크루즈를 경험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외에도 K콘텐츠를 활용한 크루즈를 개발하는 등 장기간·고비용·고령층 위주라는 크루즈 관광의 고정관념을 깨는 시도도 필요하다.
부산관광공사 관계자는 “부산 크루즈 모항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특색 있는 크루즈 기항 관광을 발굴해 홍보할 예정”이라며 “지역과 연계한 콘텐츠 발굴을 통해 지역 경제와 관광 산업이 동반 성장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