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시장이 지난 16일 국민의힘 공관위 단수공천 방침에 항의하며 자신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부산시장 공천 방식을 둘러싼 논란 끝에 경선 방식으로 후보를 선출하기로 했다.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현직인 박형준 부산시장 컷오프(공천 배제)와 주진우 의원 단수공천 방안을 검토하면서 지역 반발이 커지자 하루 만에 공천 방침을 사실상 철회한 셈이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공관위 결정에 대해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지만, 공천 과정에서 당내 갈등이 그대로 노출된 점을 두고 이 위원장을 향한 책임론도 확산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17일 보도자료를 내고 박 시장과 주 의원 간 경선을 통해 6·3 지방선거 부산시장 후보를 선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관위는 “어제 공관위 회의에서 후보 선출 방식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고 충분한 논의 끝에 최종 결정 권한을 위원장에게 일임하기로 했다. 이는 그 결과”라며 “이번 경선은 단순한 후보 선출을 넘어 부산의 도약을 이끌 최적의 리더십을 발굴하는 혁신의 과정이자 대한민국 정치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천을 책임지는 이 위원장은 전날 박 시장 컷오프 검토 과정에서 불거진 지역 반발과 당내 압박 속에 결국 하루 만에 공천 방침을 바꿨다. 그는 전날 회의에서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주 의원을 단수 공천하는 방안을 검토하며 논란을 키웠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지역에서는 “지역 여론을 무시한 결정”이라는 반발이 이어졌고, 두 후보도 모두 공개적으로 경선을 요구했다.
지역 민심을 가장 가까이에서 접하는 부산지역 의원들도 즉각 반발했다. 국민의힘 소속 부산 의원 전원은 전날 경선을 요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한 데 이어 이날 오전 국회에서 장동혁 대표를 만나 경선 방식 공천을 요구했다. 앞서 송언석 원내대표와 정점식 정책위의장 등 당 지도부가 경선 필요성에 공감한 데 이어 장 대표도 같은 입장을 보이면서 이 위원장의 구상에 제동이 걸렸다.
경선 방침이 확정되자 두 후보는 모두 환영 입장을 밝혔지만, 공천 방식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공관위의 의사결정 과정과 기준을 둘러싼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컷오프 검토 자체가 현역 단체장의 경쟁력을 부정하는 신호로 해석되면서 박 시장의 정치적 입지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이 위원장을 향한 책임론도 제기되는 모습이다.
한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일찌감치 단일대오를 구축해 부산시장 선거 준비에 돌입한 것과 달리 국민의힘은 공관위원장이 직접 나서 현역 단체장의 경쟁력을 훼손하는 상황”이라며 “당 지지율이 낮아 선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위원장이 정말 선거 승리를 염두에 두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부산시장 공천을 둘러싼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향후 대구시장 공천에서도 현역 중진 의원을 겨냥한 컷오프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당분간 공천 전반을 둘러싼 긴장은 이어질 전망이다. 전날 현역 자치단체장 가운데 처음으로 컷오프된 김영환 충북지사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찾아 반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 지도부의 변화를 촉구하며 그동안 후보 등록을 거부해 온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후보 등록 의사를 밝혔다.
한편, 박시장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의 컷오프 방침 철회로 한숨 돌린 뒤 시정 메시지로 여당을 몰아세웠다. 박 시장은 이날 SNS를 통해 국회 행안위 법안심사 1소위가 강원·제주·전북 특별자치도 관련 법안은 상정해 심의하면서도 부산 법안만 배제한 행태를 비난했다. 박 시장은 “부산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을 민주당이 재차 심사 안건에서 배제했다”라며 “민주당은 언제까지 부산을 차별할 것이냐. 며칠 전 국회 공청회는 부산시민을 상대로 한 희망고문이었느냐”고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