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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부산의 기초자치단체 절반 이상이 장기 재직 공무원 대상 ‘포상성 해외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은 업무와 연관 없는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는 일정이어서 사실상 ‘공무원 해외여행’에 주민 혈세가 낭비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게다가 이들 지자체는 권익위에서 삭제를 권고한 관련 조례까지 마련되어 있어 정비가 시급하다.
17일 〈부산일보〉가 16개 구·군의 공무원 연수 계획을 전수조사 한 결과, 지난 1월부터 오는 6월까지 진행됐거나 실시 예정인 장기 재직 공무원의 국외 출장은 모두 38건이다. 동래구가 12건으로 가장 많았고, 영도구 7건, 부산진구 5건, 북·사상구 4건, 기장군·연제구 2건, 강서·금정구 1건 순이었다.
총사업비 기준으로는 △동래구 3544만 원 △영도구 2582만 원 △부산진구 1583만 원 △북구 1285만 원 △사상구 1200만 원 △기장군 800만 원 △연제구 465만 원 △금정구 400만 원 △강서구 263만 원 순으로, 총 1억 2122만 원의 구·군 예산이 집행되거나 편성됐다.
장기 재직 공무원 연수는 ‘퇴직예정공무원 해외연수’나 ‘우수모범 장기근속 공무원 해외연수’ 등 구·군마다 명칭은 다르지만, 퇴직을 앞두거나 20년 이상 장기 근속 공무원이 대상이다.
이들의 출장 일정은 유명 관광지 방문이 대부분이었다. 동래구의 관련 프로그램은 지난 6일부터 15일까지 미국 출장 일정으로,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와 유니버셜 스튜디오 등이 포함됐다.
오는 29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이탈리아로 연수를 떠나는 영도구의 해당 프로그램은 콜로세움과 피사의 사탑 등을 방문할 예정이며, 부산진구의 인도네시아 방문 프로그램 일정에는 발리 비치워크 쇼핑몰, 스파 짐바란 발리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처럼 사실상의 ‘외유성 국외 출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출장 일정이 업무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떨어지는 데다, 당사자가 퇴직을 앞둔 경우가 많아 해외 연수의 실질적인 효과를 입증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부산 기초단체의 재정 여건이 열악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출장에 시민 세금을 투입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국민권익위원회도 지난 2015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공무원 연수 지원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권익위는 장기근속이나 퇴직을 이유로 한 공무원의 국내외 연수를 자제하라며 각 지자체에 관련 조례 삭제를 권고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부산의 구·군 대부분은 장기 재직 공무원 연수 조례를 계속 유지하며, 관행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시민단체는 공무원 해외 연수 제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도한영 사무처장은 “빠듯한 지자체 예산을 사실상 ‘공무원 해외여행’에 쓰는 것은 예산 낭비”라며 “장기 재직 공무원 해외 연수 제도를 폐지하거나 최소한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