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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 낮아진 ‘동반식당’ 위상 높아진 ‘펫코노미’ [비즈앤피플]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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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반려동물 동반 매장(위)과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2026 케이펫페어 세텍’ 행사. 스타벅스코리아 제공·연합뉴스 스타벅스 반려동물 동반 매장(위)과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2026 케이펫페어 세텍’ 행사. 스타벅스코리아 제공·연합뉴스

바야흐로 반려동물 전성시대다. 몇 년 전 이른바 ‘개모차’ 판매량이 유아차를 앞질렀다는 전자상거래 사이트의 통계가 화제가 된 적도 있다. 저출생의 심각성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팻팸족(펫+패밀리 신조어)’ 인구의 급증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9일 농림축산식품부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2012년 364만 가구에서 지난해 600만 가구를 넘어 전체 가구의 29%에 달한다. 인구 수로는 1500만 명이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펫팸족이라면 모두가 한 번쯤 고민했을 부분에 최근 희소식이 들렸다. 지난달부터 반려동물과 함께 갈 수 있는 식당과 카페의 문턱이 낮아진 것이다. 정부가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원칙적으로 금지됐던 식당·카페 내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 동반 출입이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을 지난달부터 시행 중이다. 동물을 가족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변화와 함께 ‘펫코노미(펫+이코노미)’ 시장의 잠재적인 경제 가치를 염두한 조치로 해석된다.

■카페·음식점 갈 곳 늘어난 멍냥이

정부의 의도와 달리 현장에서는 시행규칙에서 제시한 까다로운 입장 기준이 오히려 출입을 막는 담장으로 나타났다.

식약처에 따르면 업주가 자율적으로 동반 출입을 허용하고 주방 칸막이 설치 등 엄격한 위생·안전 기준을 갖춘 곳에서만 가능하다. 개정안에 따르면 사업자는 △반려동물 동반 여부 안내 표지판 게시 △식품 조리시설과 취식 공간의 분리 △식탁 간격 확보 △예방접종 여부 확인 등의 기준을 지켜야 한다.

출입구 안내표지판을 게시하지 않거나 예방접종 미확인 등은 시정조치 대상이다. 반려동물이 조리장에 들어가거나 매장 내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는 등 위생·안전이 침해되는 경우에는 영업정지 5일 처분을 받을 수 있다.

가게 인테리어를 바꿔야 하거나 손님을 응대하는 동시에 예방접종 여부도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것이 불편한 점으로 지적됐다. 특히 이를 어길 경우 행정 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업주의 부담을 가중하는 효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손님의 거부감과 항의도 여전하다.

그동안 암묵적으로 반려동물 출입을 눈감아주던 업장도 까다로운 기준이 생기자 오히려 출입을 제한하는 '노펫존' 선언이 발생했다. 과거에는 케이지를 사용해 입장할 경우 유연하게 대응했지만, 바뀐 제도에서는 신고대상이 된 것이다.

일부 소규모 식당과 카페에서 노펫존을 선언하며 반려동물을 거부하는 사례가 나타나자 펫팸족의 발길은 펫 프랜들리 매장을 운영하는 대형 커피 브랜드로 향했다. 반려동물 입장 허용으로 소상공인 등 지역상권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와도 엇나간 것이다.

■노펫존 등장 등 정책 초기 혼선도

법적 회색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한 정책이 현장에서 역효과를 불러오자 식약처는 서둘러 보완책을 제시했다.

예방접종 증명은 QR코드로 간소화 하고, 칸막이 설치를 위한 지원금 50만 원을 제공한다. 또 반려동물 동반 매장을 위한 공식 안내 표지판 배포도 시작했다. 반려인이 케이지를 사용할 경우 식탁 간격 기준을 완화하는 등 기준도 한층 명확해졌다.

이날 현재 반려동물 동반 가능 업소는 시행 한 달 만에 전국 1512곳으로 확대됐다. 이 가운데 부산은 84곳이 반려동물 입장이 가능하다. 반려동물 동반 업소는 식약처의 식품안전나라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초반의 혼란과 달리 정부와 시장의 기대는 여전히 크다. 지난 2년여간 시행한 규제 샌드박스 시범 사업에서 반려동물 동반 매장에 대한 호응과 성장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23년 4월부터 일정한 시설 기준과 위생 안전 관리 기준을 두고 반려동물 동반 출입 음식점을 시범 운영하며 본격 시행을 준비했다. 그 결과 규제 샌드박스에 참여한 스타벅스의 더북한강R점과 구리갈매DT점은 전국적인 멍냥이 명소로 떠올랐다. 스타벅스코리아는 반려동물 매장이 큰 인기를 얻자 지난해 '반려동물용 사료 제조·판매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고 반려견 전용 음료인 '퍼푸치노'를 선보이기도 했다.

식약처 최종동 식품안전정책과장은 “2년간 약 300개 업체에 반려동물이 동반 출입하면서 위생과 안전이 충분히 검증됐다”며 “시범 사업의 효과가 확인됐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설채현(놀로동물행동클리닉 원장) 수의사는 최근 정부의 반려동물정책협의회에 참석해 예방접종 확인 규정에 대해 꼬집었다. 설 수의사는 “광견병은 물림으로 전파되는 질환이고, 국내에서는 20년 넘게 발생하지 않았다”며 “식당 사장에게 예방접종 확인 책임을 지우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일정 수준 규제를 완화해도 현장이 문제없이 운영된다는 것은 충분히 확인됐다”며 “실제 발생한 문제가 있는지 분석하고 그에 맞춰 기준을 보완하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펫 시장, 지난해 10조 원 돌파

이 같은 역효과와 일부의 불만에도, 반려인구 확산이라는 대세는 변하지 않는다. 정부와 관련 업계도 제도가 안착되면 내수 소비 진작 등 경제적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려동물 관련 시장 규모도 매년 수직 상승하고 있다. 지난 2022년 7조 8000억 원 규모였던 펫 시장은 지난해 10조 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산된다. 2032년에는 19조 30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려동물 산업 역시 사료와 간식 위주의 펫푸드 중심에서 미용과 유치원, 교육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며 사람 못지않은 돌봄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특히 탄생·성장·사망 등 생애주기별 산업으로 진화하면서 헬스케어와 펫보험, 장묘서비스까지 발전했다. 9세 이상 노령 반려동물이 40%를 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예방의학과 노령기 관리 중심 의료 이용으로 동물 의료 수요가 증가하는 것도 특징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왕다운 수석연구원은 “반려동물 수명연장에 따른 헬스케어 시장은 매년 성장해 내년 3조 3000억 원 규모가 될 것”이라며 “2023년부터 진료비 공시제 시행으로 동물 의료시장의 투명성도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말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반려동물정책위원회 1차 회의에서 반려동물 정책의 주무부처에 대한 협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반려동물 주무 업무를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담당하되, 새롭게 추진하는 정책을 보건복지부와 성평등가족부 등이 모인 정책위원회에서 협의하기로 했다. 반려동물이 더 이상 가축이 아닌 가족이라는 사회적 변화가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또 이날 회의에선 국가봉사동물 복지증진, 남겨진 반려동물 돌봄 방안 등 안건에 대해 논의도 동물권 등 동물을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를 정책으로 담기 위한 노력도 이제 걸음마를 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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