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3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투명한 성과급 제도로의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삼성그룹노조연대 등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주주는 11조 원을 배당으로 받는데, 노조는 40조 5000억 원을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있는데 이게 말이 됩니까?”
삼성전자 노조가 회사에 제출한 희안한 명세서에 주주들의 분통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는 올해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있는데 연간 영업이익이 최대 3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도가 지나치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 7일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후 노조는 연간 반도체 영업이익을 270조 원으로 가정하고 40조 5000억 원을 성과급 재원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노조는 사측에 반도체 성과급 재원으로 영업이익의 15%를 요구하고 있다.
노조의 이 같은 요구에 주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노조의 성과급 요구 규모가 지난해 주주 배당으로 사용한 재원의 약 4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노조 요구대로 성과급을 지급할 경우 지난해 400만 명의 주주가 받은 배당의 4배를 7만 7000여 명의 반도체 직원들이 갖게된다.
또한 노조가 요구하는 영업이익의 15%는 지난해 삼성전자가 연구개발비에 투자한 37조 7000억 원보다도 많다. 인공지능(AI) 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빅테크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노조가 초격차 확보를 위한 시설투자 및 R&D 강화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40조 원이면 쟁쟁한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나 AI 업체를 인수·합병(M&A)할 수 있는 규모라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지난 2020년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사업부를 인수할 때 들인 돈은 약 10조 3000억 원이었다. 삼성전자가 지난 2016년 인수한 하만 인터내셔널의 가격은 당시 약 9조 원, 2025년 인수한 유럽 최대 공조기기업체 플랙트 그룹은 2조 4000억 원이었다.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가운데 95%가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에서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가전·TV·스마트폰 사업을 맡고 있는 DX부문 직원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우려된다. DX부문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12조 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현재 노조가 주장하고 있는 성과급 산정 기준을 적용하면 오히려 기존보다 성과급 규모가 줄어든다. 삼성전자 과반 노조인 초기업노조의 가입자 7만여 명 중 DS부문 소속이 5만 5000여 명으로 전체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노조가 반도체 부문 보상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주주들은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불거질 생산 차질과 주가 하락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말 교섭 중단을 선언한 노조는 오는 23일 평택캠퍼스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이후에도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을 실행할 계획이다.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주요 고객사와의 계약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