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스마트폰을 열어 지도 앱을 켜보자. 식당이나 카페 이름이 보이는가. 그럼 그곳을 왜 찾아가기로 했는지 떠올려보자. 예상컨대 십중팔구는 리뷰(후기)의 영향일 테다. 리뷰의 영향력은 장소에서 그치지 않는다. 구매한 물건이나 이용한 서비스도 리뷰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다. 부처님 손바닥에 감히 도전장을 내민 이 존재는 지금도 자가증식 중이다.
리뷰에 ‘진심’인 현대 사회를 배경으로 한 웹드라마 한 편을 소개한다. 왓챠가 제공 중인 7부작 드라마 ‘리뷰왕 장봉기’가 그 주인공이다. 판타지 코미디를 표방하는 이 드라마는 실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배달앱 리뷰를 소재로 우리 사회의 문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큭큭대며 한바탕 웃고 나면 쌉싸름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다.
주인공 ‘장봉기’(김종구 분)는 예순이 넘도록 소설가의 꿈을 버리지 못한 사람이다.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는 그는 지난 30년간 공들여 쓴 소설을 가지고 출판사를 찾아가지만 퇴짜를 맞는다. 망연자실한 그의 눈에 들어온 건 다름 아닌 리뷰 이벤트. 만년 작가 지망생의 한이 담긴 리뷰는 큰 인기를 끌고, 그는 삽시간에 리뷰왕 자리에 오른다. 배달앱에서 등단의 기쁨을 맛본 장봉기는 돈을 받고 별점 테러를 일삼는 베스트셀러 작가 일당과 대결을 벌인다.
이 작품은 코미디 장르의 장점을 충실히 살리며 비정상적인 리뷰 문화를 재치 있게 풍자한다. 라이벌 가게를 망가뜨리려는 식당 주인과 세입자를 내쫓고 싶은 건물주는 별점 테러를 의뢰하고, 장봉기는 폐업 위기에 처한 가게의 구원자로 나선다. 악당들은 음식을 배달하는 라이더에게 물풍선을 던지며 그의 행보를 막아선다. 별점의 상향평준화 현상과 인플루언서의 평가 하나로 가게의 흥망성쇠가 결정되는 현실을 꼬집었다. 10분가량의 짧은 호흡으로 이어지는 드라마는 지루할 틈이 없고, 궁금증을 자아내는 편집 타이밍이 기가 막혀 다음 편을 이어보지 않을 도리가 없다.
작품 속 장봉기의 캐릭터도 매력적이다. 장봉기는 별점에 반기를 든 인물로 묘사된다. 그는 맛있어 보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평가가 나쁜 식당도 아무렇지 않게 들어갈 수 있는 ‘소신’을 지녔다. 자기 아내가 만든 치킨을 먹고도 맛이 없다며 쓴소리를 서슴지 않는 사람이다. 식당을 고를 때조차 ‘밴드왜건효과’(유행에 따라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 현상)가 영향을 미치는 오늘날, 그의 소신은 더욱 빛을 발한다.
작품이 부산에서 탄생한 점도 반갑다. 이 드라마는 부산 출신 신기헌 감독이 제작한 단편 영화에서 출발했다. 2022년 부산영상위원회의 제작 지원 사업을 거친 영화는 가톨릭영화제, 울산 단편영화제 등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단편 영화가 웹드라마로 확장되면서 스토리, 등장인물이 더욱 다채로워졌다. ‘고독한 리뷰어’ 장봉기 역을 맡은 김종구 배우의 연기는 그야말로 찰떡이다.
드라마가 장봉기와 별점테러 조직의 본격적인 대결을 보여주지 않고 끝나버린 점은 매우 아쉽다. 이번 작품은 두 번째 시리즈를 예고하는 듯한 결말로 마무리된다. 일찌감치 사이드 메뉴를 먹어 치운 시청자들은 메인메뉴를 기대하며 입맛만 다시는 중이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드라마 속 장봉기처럼 다른 사람의 평가에서 벗어나 나만의 소신을 발휘해보는 것은 어떨까.
<〔OTT 씹어먹기 '오도독'〕오늘은 별점에 반기를 들자> 기사 관련 정정보도>
본 인터넷신문은 지난 6월 24일에 <〔OTT 씹어먹기 '오도독'〕오늘은 별점에 반기를 들자>라는 제목으로 웹드라마 <리뷰왕 장봉기>가 동명의 단편영화 <리뷰왕 장봉기>에서 출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리뷰왕 장봉기>의 원작자는 오승진 작가로서 오 작가가 집필한 원저작물에서 단편영화와 웹드라마가 각각 파생되었음을 밝힙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