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구가 초량지하차도와 동천 일대 침수를 막기 위해 추진하는 저류조 설치 사업이 막대한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벽에 부딪혔다. 국비와 시비 부담 비율이 높아도 기초지자체가 투입하긴 쉽지 않은 규모라 필수적인 안전시설만이라도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 동구청은 ‘범일2 침수위험지구 정비사업’과 ‘초량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동구는 2020년 초량지하차도에서 3명이 숨지는 등 침수 피해가 잇따른 지역이라 2021년부터 두 사업을 시작했다. 특히 폭우와 만조가 겹치면 침수가 빠르게 진행될 위험이 큰 곳이 동구다.
초량 정비사업은 초량 제1지하차도 옆 부산과학체험관 정문 지하에 7000㎥ 규모 저류조와 배수펌프, 수문 등을 신설하는 내용이다. 예산 455억 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며 2026년 7월 공사를 시작해 2028년 12월 마무리하는 게 목표다.
범일2 정비사업은 범일동 동천 하구 자성대아파트 주변에 4800㎥ 규모 저류조와 배수펌프를 설치하는 내용이다. 예산 230억 원을 투입해야 하고, 공사는 내년 1월부터 2026년 12월까지 진행하려 한다.
문제는 예산이 기초지자체인 동구가 마련하기 쉽지 않은 규모라는 점이다. 국비 50%와 시비 25%를 제외하면 동구는 25%를 부담해야 하는 구조다. 동구는 사업에 113억 7500만 원과 57억 5000만 원을 각각 투입해야 하고, 추가로 편성해야 하는 예산은 각각 106억 7500만 원과 13억 3350만 원으로 추산된다.
120억 원 이상이 더 필요하지만, 동구는 재정자립도가 14.1% 수준이라 상대적으로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동구청 관계자는 “안전을 위한 예산 투입은 중요하지만, 구 예산 비중이 많아지면 정작 다른 사업을 하기 어려워진다”고 밝혔다.
동구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안전시설만이라도 기초지자체 부담을 덜어주길 바라는 모습이다. 특별교부금 등을 포함해 정부 차원에서 지원이 늘어야 공사도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본다. 김진홍 동구청장 등은 지난 9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곽규택 국회의원(부산 서·동구)을 만나 두 사업에 국비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동구청 관계자는 “침수가 자주 발생한 곳이라 예산을 차질 없이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