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민생과 경제회복을 위해 최소 30조 원 규모의 추경(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공정성장”을 언급하면서도 “성장해야 나눌 수 있다”며 경제성장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인공지능(AI) 중심 첨단산업 육성을 강조하면서 동남권을 향해선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으로 모인 화물이 전세계로 퍼져 나갈 트라이포트”로 성장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개혁과 관련해선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대한민국은 지금 유례없는 위기, 역사적 대전환점에 서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의 친위군사쿠데타’가 현실이 됐다”면서 “외신의 아픈 지적처럼 ‘계엄의 경제적 대가를 오천만 국민이 두고두고 할부로 갚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언제 내전이 벌어져도 이상할 게 없는 극단주의가 광범하게 배태됐다”면서 “헌법원리를 부정하는 ‘반헌법, 헌정파괴 세력’이 현실의 전면에 등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정파괴세력’이 여전히 반란과 퇴행을 계속 중이지만, 우리의 강한 민주주의는 더 밝은 미래와 더 활기찬 희망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또 “정치는 정치인이 하는 것 같지만 결국 국민이 한다. 민주당이 주권자의 충직한 도구로 거듭나 꺼지지 않는 ‘빛의 혁명’을 완수할 것”이라며 “‘민주적 공화국’의 문을 활짝 열겠다. 그 첫 조치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갈등 대립을 완화하려면, 파이를 키워야 한다”면서 “회복과 성장은 더 나은 내일을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정성장이 더 나은 세상의 문을 열 것”이라며 “성장해야 나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당력을 총동원해 회복과 성장을 주도하겠다”면서 ‘잘사니즘’을 강조했다. “모두가 행복한 삶을 꿈꿀 수 있는 진정한 사회대개혁의 완성이 잘사니즘의 핵심”이라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성장과 분배는 모순 아닌 상보 관계이듯, 기업 발전과 노동권 보호는 양자택일 관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기업의 부담을 늘리고, 국가의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며, 노동유연성 확대로 안정적 고용을 확대하는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경제 살리는데 이념이 무슨 소용이냐”면서 “진보정책이든 보수정책이든 유용한 처방이라면 총동원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경기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면서 “민생과 경제회복을 위해 최소 30조 원 규모의 추경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상생소비쿠폰, 소상공인 손해보상, 지역화폐 지원이 필요하고, 감염병 대응, 중증외상 전문의 양성 등 국민안전 예산도 필요하다”면서도 “추경편성에 꼭 필요하다면 특정 항목을 굳이 고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산업 정책과 관련해선, AI(인공지능) 중심 첨단 기술산업 육성, 바이오 산업에 대한 국가투자, 콘텐츠 산업 육성, 방위산업 육성, 소멸위기 지역을 에너지산업 중심으로 발전, 제조업 부활 지원 등을 주장했다. 제조업 중심지인 포항, 울산, 광양, 여수, 아산에 대해선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 선포를 제안했다.
이 대표는 동남권에 대해선 북극항로 물동량 증가를 강조했다. 그는 “세계에서 부울경으로 모인 화물이 대륙철도와 북극항로를 통해 유럽으로 전 세계로 퍼져 나갈 미래비전을 가지고 준비해야 한다”면서 “사천-창원-부산-울산-포항으로 이어지는 동남권을 해운-철도-항공의 트라이포트와 그 배후단지로 성장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노동시간 단축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AI와 첨단기술에 의한 생산성 향상은 ‘노동시간 단축’으로 이어져야 한다”면서 “창의와 자율이 핵심인 첨단과학기술 시대에 장시간의 억지노동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우리는 OECD국가 중 장시간노동 5위”라면서 “노동시간을 줄이고 ‘주4.5일제’를 거쳐 ‘주4일 근무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연근무제와 관련해선 “불가피하게 특정영역의 노동시간을 유연화해도, 총노동시간 연장이나 노동대가 회피수단이 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주4일 근무제 주장은 최근 ‘주52시간 예외’를 인정하는 반도체특별법 논의 과정에서 불거진 ‘당 정체성 논란’에 대한 해명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지난 3일 반도체특별법 관련 토론회에서 “고소득 연구개발자에 한해 본인이 동의하는 조건에서 특정 시기에 집중하는 정도의 유연성을 부여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냐고 하는 의견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에선 “반도체 기업의 위기는 근로시간과 무관하다”는 반박이 나왔다. 이 대표가 주4일 근무 등 노동시간 단축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노동 정책의 방향을 또다시 전환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