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위크 인 부산 2025’가 열린 지난 22일 부산 해운대구 시그니엘 부산 그랜드볼룸에서 오카베 노리타카 JPYC 대표가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일본 정부가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시장에 대한 관리·감독 체계를 대폭 강화하며 제도권 편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한국은 관계 기관 간 이견과 정치권 논의 지연으로 스테이블코인 제도화가 공전하면서, 주요국 대비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26일 일본 언론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금융청은 내년 여름 조직 개편을 통해 디지털자산과 스테이블코인을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격상하기로 했다.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은 이날 각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금융청의 조직 개편안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보험사 감독과 자산운용 정책을 담당하는 ‘자산운용·보험감독국’을 새로 만들고, 그 산하에 ‘가상자산·스테이블코인과’를 설치할 예정이다. 기존 감독국은 은행과 증권을 전담하는 ‘은행·증권감독국’으로 재편된다.
이번 개편은 금융청이 지난해부터 예고해온 디지털 금융 대응 전략의 연장선이다. 앞서 금융청은 암호자산 거래, 핀테크, 생성형 인공지능 등 신기술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 확충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동안 참사관실 형태로 운영되던 암호자산·블록체인 관련 조직은 내년부터 정식 ‘과’ 단위로 승격되며, 정책 집행 권한과 감독 기능이 크게 강화된다.
신설되는 가상자산·스테이블코인과는 거래소 등록과 감독,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 규제, 시장 모니터링을 총괄한다. 디지털자산 중개업자에 대해서는 금융기관과 유사한 등록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등록제가 시행되면 일정한 자본 요건과 내부통제 기준을 충족한 사업자만 영업이 가능해지고, 보고 의무와 감독 기준도 명확해질 전망이다. 급증하는 거래 규모와 자율규제의 한계를 제도적으로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일본은 이미 스테이블코인 실험과 발행에서도 한발 앞서 있다. 블록체인 스타트업 JPYC는 엔화와 1 대 1로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했다. 향후 수년간 발행 규모를 최대 10조 엔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해당 스테이블코인은 예치금과 일본 국채로 전액 담보된다. 미쓰비시UFJ은행,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미즈호은행 등 3대 메가뱅크도 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엔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실증 사업에 착수했다. 일본 내 디지털자산 계좌 수는 이미 약 1200만 개에 달하고, 예탁 자산 규모도 5조 엔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한국의 상황은 대조적이다. 정부는 국정과제에 스테이블코인 규율 체계 마련을 포함시켰지만,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간 시각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입법 논의가 수차례 미뤄졌다. 여당과 야당 모두 정부안 제출 시점을 예고했지만, 최종안은 아직 국회에 제출되지 못한 상태다. 한국은행이 금융 안정성과 통화 정책에 미칠 영향을 이유로 신중론을 유지하면서 제도화 논의는 사실상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