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 봄 축제인 진해군항제가 벚꽃 ‘개화’ 시기가 아닌 ‘만개’를 기준으로 일정을 잡았다. 최근 기후변화 여파로 축제 기간을 잡기가 어려워진 탓에 ‘벚꽃 없는 벚꽃축제’란 오명을 피하려고 도출한 해법이다.
10일 창원시에 따르면 올해 진해군항제는 내달 28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4월 6일까지 10일간 열린다. 군항제는 과거 충무공 이순신 장군 추모제에서 비롯돼 매년 벚꽃이 필 무렵 행사가 개최됐다. 1963년부터 규모를 키웠고 국내 대표 벚꽃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시는 그동안 4월 1일에 군항제를 개막했으나 최근 수년간 일정을 앞당겨왔다. 벚꽃 개화 시기가 축제 시기와 어긋나는 일이 간간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2023년 군항제의 경우 3월 25일 개막했고, 이틀 뒤인 3월 27일 벚꽃이 만개하면서 축제는 성황을 이뤘다. 당시 420만 명이 진해를 찾았다.
이듬해에는 축제 일정을 잘못 잡아 ‘벚꽃 없는 군항제’라는 혹평을 받았다. 시는 지난해 기후변화를 고려해 개화 시기가 빨라질 것으로 보고 역대 가장 이른 시기인 3월 23일로 축제 개막일을 잡았다. 예상과 달리 3월에 갑자기 꽃샘추위가 이어졌다. 이 때문에 정작 축제 때는 꽃봉오리만 맺힌 상태였다. 벚꽃은 그해 3월 31일 만개했고, 축제 초기 관광객이 큰 폭으로 줄었다. 그 결과, 관광객이 2023년에 비해 120만 명(28.5%)이나 감소했다.
어느덧 군항제 개막일 조율은 해마다 반복되는 시의 난제로 떠올랐다. 시가 올해 축제 개막일을 벚꽃 ‘개화’가 아닌 ‘만개’ 즈음으로 조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예보가 빗나갈 것을 대비한 결정이다. 시는 통상 벚꽃이 만개 후 일주일 정도 꽃잎을 유지하기에 벚꽃 개화에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기상청에서는 표준목(여좌천 로망스다리 상류 3그루)이 80% 이상 개화하면 벚꽃이 ‘만발’한 것으로 본다. 시는 기상청 등의 자문을 얻어 올해는 작년보다 3월 평년 기온(7.5~8.3도)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기준 확률상 60% 정도 믿을 수 있는 수치라 한다. 강수량은 평년(53.6~99.8mm)과 비슷하거나 많을 것으로 본다.
시 관계자는 “이상기후로 과거에 비해 벚꽃 개화 시기가 빨라졌다”면서 “벚꽃 개화에 따라 관광객이 유입과 그로 인한 지역 경제 영향이 크다 보니, 올해는 벚꽃 만개를 기준으로 일정을 바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