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에 부정적이었던 금융당국이 법인도 가상자산시장에 일부 개방하기로 했다. 업계의 기대를 모았던 토큰증권(ST)은 가상자산보다 제도권 진입이 늦어지자, 증권사들은 토큰증권발행(STO) 유관 부서 몸집을 줄이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올해 상반기부터 지정기부금단체·대학 등 비영리법인, 가상자산거래소 등의 가상자산 매도 거래를 허용하기로 했다. 하반기에는 전문투자자인 상장사와 전문투자자 등록법인에 매매를 시범 허용한다.
그간 정부는 자금 세탁과 시장 과열을 우려해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를 원칙적으로 제한해 왔다. 그러나 미국 등 자본시장 선진국이 가상자산을 제도권에 편입하고, 국내에서도 블록체인 관련 신사업에 도전하는 기업이 점점 늘자 규제를 일부 풀기로 했다.
가상자산에 친화적인 금융당국의 행보에 증권업계는 가상자산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서유석 회장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는 국내에서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기초로 한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거래소 정은보 이사장도 이달 11일 기자간담회에서 “투자자 보호를 고려하면서 늦지 않게 가상자산 ETF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초 가상자산보다 STO가 제도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STO의 법제화가 지체되자, 일부 증권사는 STO 사업 부서를 축소하고 나섰다. 이는 인력과 인프라 등 유지 비용을 줄이기 위함이다. KB증권은 STO 사업 부서를 디지털 관련 업무 부서 산하로 옮기며 소속 직원들이 다른 업무를 병행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증권도 STO 관련 태스크포스(TF)를 팀 조직으로 줄인 것으로 전해진다.
STO 업계는 국내에서 사업 활동이 어렵다고 판단해 해외를 공략 중이다. STO 기반 디지털자산 운용 플랫폼 ‘피스(PICE)’ 운영사 바이셀스탠다드는 올해 일본과 싱가포르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실물자산 기반의 토큰증권 플랫폼을 운영하는 펀블은 지난달 프랑스의 토큰 거래 플랫폼인 유로SX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유럽 시장 진출에 나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총선 당시 STO 법제화는 여야가 공통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탄핵 정국으로 인해 우선순위에서 떠밀린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이번 국회에서마저 법제화가 안 된다면 STO 사업은 물 건너가게 될뿐더러, 기업들은 막대한 손해를 감내해야 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