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역대 대통령 탄핵 사건 중 ‘최장기간 심리’로 이어지면서 여야가 헌법재판소 내부 기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헌재의 철통보안 평의 속 여야가 저마다 유리한 해석을 내놓으며 확인되지 않은 정치권 ‘지라시’도 판치고 있다. 국민의힘은 헌재 내부 이견설을 퍼뜨리고, 더불어민주당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압박하는 등 초조한 신경전이 반복되는 형국이다.
18일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 탄핵심판은 오는 20일 또는 21일을 전후해 선고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탄핵 심판 전례를 보면 선고 기일은 통상 선고 이틀 전이나 3일 전 공지됐다. 이르면 19일 양측 당사자에게 선고일이 통보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만약 19일까지도 선고일을 알리지 않는다면 선고는 다음 주에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기일이 이번 주를 넘기면 셈법은 더욱 복잡해진다. 다음 주 수요일인 오는 26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2심 사건 선고가 잡혀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헌재가 26일 전에 선고할 것이냐, 26일 후 선고할 것이냐를 둘러싼 여야의 유불리 계산도 첨예해질 전망이다. 당초 지난 주 선고가 예상됐지만 한주 미뤄진 만큼, 이번 주 내로 결론 날 것이라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여야 의원들도 헌재 내부 기류 파악에 나서고 있지만, 헌법재판관들의 ‘깜깜이 평의’가 이어지면서 여야 모두 정보 파악에 애를 먹고 있다. 이같은 상황 속 여야 각 진영에 유리한 정치권 지라시가 무분별하게 퍼지면서 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탄핵 기각·각하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 여권 잠룡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기각 2명, 각하 1명’ 결론을 예상하기까지 했다. 오 시장은 전날 TV조선 ‘뉴스9’에 출연해 헌재의 선고가 예상보다 지연되는 것을 ‘이상징후’라고 진단했다. 이어 “헌법재판관들의 정치적 성향과 선고 지연 상황을 고려할 때 기각 쪽 두 분, 각하 쪽 한 분 정도 계시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탄핵 각하’를 확신하는 당내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은 각하 외에 다른 결정이 나올 수 없다”며 “대통령도 당연히 탄핵이 각하될 거라고 생각하고 계실 것이고, 현재까지도 변호인단이나 저나 각하를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도 지난 15일 ‘세이브코리아’가 주최한 경북 구미 집회에 참석해 “탄핵을 각하해야 한다”고 외쳤다. 보수 진영 전통 지지층도 이같은 메시지에 동요되는 모양새다.
다만 윤 대통령이 석방된 이후에도 국민 여론은 여전히 ‘정권 교체론’이 정권 연장론을 앞지르는 모양새다. 전날 공개된 리얼미터의 12일~14일 자동응답전화(ARS) 여론조사(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10명 대상. 응답률 7.2% 표본 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5%포인트(P))에 따르면, 정권 교체를 원한다는 응답은 55.5%, 정권 유지를 원한다는 응답은 40.0%로 격차는 15.5%P였다. 한국갤럽 등 조사에서도 정권 교체론이 앞섰다.
민주당은 ‘탄핵 인용’을 전망하고 있지만, 여권에서 확산하는 탄핵 기각·각하 여론에 초조하긴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이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겨냥해 19일까지 마 후보자 임명을 결단하라고 압박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헌법 수호의 책무가 있는 권한대행이 앞장서서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있다. 마 후보자를 하루빨리 임명하라”고 강조했다. 헌재 결정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하자 진보 성향의 마 후보자 임명을 압박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출신의 우원식 국회의장도 윤 대통령 석방 이후인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마 후보자를 즉시 임명하라”고 경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