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산청군에서 올해 처음으로 ‘산불 3단계’가 발생한 가운데 진화 작업이 결국 3일째로 이어진다. 특히 이번 산불로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으며, 이재민은 263명이 발생했다. 정부는 산불이 난 산청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23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산청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이틀째 산불이 잡히지 않자, 정부 차원의 신속한 수습과 피해자 지원을 위해 내린 조치다. ‘대형 산불’로 인한 정부의 특별재난지역 선포로는 역대 6번째다.
산청군 시천면 신천리 한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한 건 21일 오후 3시 20분께다. 산림청은 산불의 확산을 막고 신속한 진화를 위해 당일 오후 4시 20분께 ‘산불 1단계’를, 오후 6시 10분 ‘2단계’를 각각 발령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길이 잡히지 않자 결국 이날 오후 6시 40분께 최고 등급인 ‘3단계’를 발령했다. 산불 1단계는 예상 피해 규모가 30ha 이하, 2단계는 100ha 이하, 3단계는 100ha 이상일 때 산림청장이 발령한다.
산림·소방 당국은 집중 진화 작업에도 불길은 잡히지 않자 22일 오전부터 가용 가능한 장비와 인력을 최대한 투입해 산불 억제에 나섰다. 진화 헬기가 불을 끄기 위해 동원한 이동식 저수조에는 산불 지연제까지 희석해 살포했다.
지상과 공중에서 동시에 진화 작업이 진행되면서 이날 오전 한때 진화율은 75%를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오후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20%대 습도로 건조한 날씨가 이어진 데다 상 정상부를 중심으로 11~15m/s의 강풍이 불면서 산불이 급속도로 확산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험준한 산악지형 탓에 불길을 잡는 데 애를 먹으면서 오후 7시에는 진화율이 30%까지 떨어졌다. 잦아들던 연기는 다시금 대규모로 피어올라 산은 물론 인근 마을을 뒤덮었다.
화선(불줄기)과 화재영향구역도 대폭 늘었다. 22일 낮에는 화선 18km, 산불영향구역 290ha 정도였지만, 오후 7시에는 화선 31km, 화재영향구역은 652ha 정도로 확대됐다.
인명·재산 피해도 발생했다. 22일 오후 3시께 산청군 시천면 신천리 일원 화재 현장에 투입돼 진화 작업을 하던 창녕군 소속 산불진화대원 8명과 인솔 공무원 1명이 산불 현장에 고립됐다. 당시 현장에는 10m/s 이상의 강풍이 불며 불길이 넓게 퍼진 데다 순간적으로 역풍이 불어 이동로가 막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립된 이들 중 5명은 자력으로 하산했지만, 화상 등 크고 작은 부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소방 당국은 곧바로 남은 4명에 대한 수색에 나섰으며, 오후 5시께 7부 능선 부근에서 숨져 있던 산불진화대원 2명을 발견해 시신을 수습했다. 이어 위치정보시스템(GPS) 추적 등을 통해 실종자 수색을 이어간 소방 당국은 이날 오후 8시께 화재 현장에서 실종자로 추정되는 시신 2구를 추가로 발견했다. 발견된 시신은 불길에 휩싸여 신원 파악이 어려운 상태로, 경찰은 감식을 통해 신원을 확인한 뒤 병원에 안치할 예정이다.
앞서 21일에는 대피하던 주민 1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 진료를 받았다. 또한 산불로 주택 7채가 불에 타는 등 263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들은 한국선비문화연구원 등으로 긴급 대피했지만, 불길이 잡히지 않으면서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한 이재민은 “처음에는 거리도 좀 있고 바로 불길이 잡힐 것으로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불길이 갈수록 커졌고 확산하면서 심상치 않다고 여겼다. 모두가 불길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제발 빨리 진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