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배너
배너

‘화성’ 겸재 정선, 진경산수 화풍의 처음과 끝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페이스북
트위터

국보로 지정된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창비 제공 국보로 지정된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창비 제공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로 대한민국 전역에 답사 열풍을 일으켰고, 교수 문화재청장을 지낸 인물. 이 정도에서 꽤 많은 사람이 누구인지 짐작을 할 듯싶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다. 베스트셀러 작가, 미술사 교수, 전 문화재청장, 미술평론가, 국립중앙박물관장 등 저자를 지칭하는 단어가 꽤 많다. 대학에 재직하는 동안에도 서울 대구 등에서 젊은이를 위한 한국 미술사 공개강좌를 꾸준히 열었으니 한국 미술사 유명 강사로 부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많은 호칭 중 가장 익숙하게 다가오는 건 아무래도 많은 사람이 인생책으로 꼽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쓴 저자이자 작가일 것 같다. K컬처가 세계의 관심을 받으며 일명 ‘국중박(국립중앙박물관)’은 현재 대한민국의 최고 핫플 중 하나로 꼽힌다. 그 바쁜 곳의 수장임에도, 우리 미술사를 빛낸 예술가의 삶을 소개하는 <새로 쓰는 화인열전> 시리즈를 시작한 저자가 무척 반갑고 고마울 정도이다.

시리즈의 첫 번째 주인공은 저자가 ‘진경산수를 개척한 우리나라 화성(畵聖)’이라고 표현한 겸재 정선이다. 마침, 올해는 겸재 정선 탄생 350주년이 되는 해로 지난해 호암미술관에서 엄청난 인기를 끈 겸재 정선 전시를 시작으로 겸재를 다룬 대형 전시도 여러 곳에서 예정돼 있다. 작품을 보기 전 이 책을 통해 겸재의 작품 가치를 제대로 배울 수 있다는 말이다.

사실 유홍준의 <화인열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1년 역사비평사에서 초판이 발간되었고, 2008년까지 13쇄가 출간될 정도로 호응도 컸다. 그러나 2009년 저자가 직접 책을 절판시켰다. 책이 처음 나온 후 10년 가까이 되며 새롭게 발표된 연구 성과를 다시 반영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조선시대 회회사 연구가 괄목할 성과를 보였고 신진 연구자들에 의해 묻혀 있던 문헌자료들도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필생의 저작 중 하나인 <나의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를 먼저 완간하고 작업에 들어가자 했으나 15년이 지난 2024년에야 책의 개정증보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 사이 미술사학계의 눈부신 성과가 축적돼 결국 저자는 기존의 글을 미련 없이 버리고 다시 쓰기로 결심한다. 저자는 “인문학의 줄기는 문화사이고, 문화사의 꽃은 미술사학이며, 미술사학의 열매는 예술가의 전기이다. <화인열전>은 인문학의 실천으로서 미술사라고 말할 수 있다”라고 소개한다. 화가라는 말 대신 화인이라고 표현한 건 현대적인 개념의 화가라기보다 시인, 문인처럼 사람 인(人)자를 붙이는 것이 더 어울리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덧붙인다.

책은 겸재 예술의 여정을 세 시기로 나누어 소개한다. 진경산수를 개척해 가는 모색기(60세 이전), 진경산수 화풍을 완성하는 확립기(60대), 필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한 원숙기(70대 이후)로 구성했다.

겸재의 예술은 노년에 빛을 발했다는 점이 특이하다. 2026년 현대에서 봐도 고령으로 치는 84세까지 붓을 놓지 않았고, 심지어 70대, 80대에 겸재의 대표작이 쏟아졌다. 당시 60세라면 은퇴하고 여생을 편안하게 보내는 것이 당연했을 것인데, 겸재 예술은 오히려 그때까지 청년의 활력을 지니고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사실은 놀랍다.

겸재는 우선 착실히 기존 화풍과 중국 화풍까지 모두 수련한 후 어느 시점에 이르러 고루한 화풍을 일소하고 진경산수라는 완전히 새로운 화풍을 내놓는다. 보통 새로운 화풍을 제안하면 후배 세대들이 발전시켜 완성기에 이르지만, 겸재는 진경산수를 창안했고, 완성까지 해 버린 것이다.

책에는 겸재의 시기별 도판들을 모두 담고 작품별 특징을 쉽게 안내하며 겸재가 왜 위대한 예술가인지 알게 해준다. 국보인 금강전도, 인왕제색도는 교과서에 실려 있어 정말 많은 이들이 봤던 그림이다. 그러나 책에서 설명한 숨겨진 겸재의 유머와 상징, 기법을 알고 다시 보니 새삼 유쾌하고 위대하게 다가온다. 저자의 유명한 말인 “아는 만큼 보인다”를 다시 실감하는 순간이다.

저자는 위대한 업적을 남긴 역사 인물에게 성인 성(聖) 자를 붙여 위업을 기리는데 세종대왕은 성군, 이순신 장군은 성웅이라고 불리는 게 그 예라고 소개한다. 아직 미술 분야에서는 성현으로 모시는 이가 없다. 우리나라 역대 명화가들이 있지만 겸재 정선은 처음 화성으로 받들 만하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새로 쓰는 화인열전> 시리즈는 <겸재 정선>을 시작으로 조선 예술가들의 삶과 예술을 깊이 다루는 후속권을 선보일 예정이다. 연담 김명국, 공재 윤두서, 관아재 조영석, 현재 심사정, 호생관 최북, 능호관 이인상, 표암 강세황, 단원 김홍도 등이 예정돼 있으며 단행본으로 나온 추사 김정희도 넣을 계획이다. 유홍준 지음/창비/404쪽/2만 5000원.

관련기사

라이브리 댓글

닥터 Q

부산일보가 선정한 건강상담사

부산성모안과병원

썸네일 더보기

톡한방

부산일보가 선정한 디지털 한방병원

태흥당한의원

썸네일 더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