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주 아트부산 총괄 디렉터. 정대현 기자 jhyun@
“처음으로 총괄 디렉터를 맡으며 긴장과 책임감이 컸습니다. 다행히 관람객 반응과 프로그램 완성도, 세일즈 지표 모두 기대를 웃도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아트부산 15주년을 기점으로 다음 에디션의 방향에 대한 확신도 얻었습니다.”
지난달 24일 부산 벡스코에서 막을 내린 ‘아트부산 2026’을 성공적으로 이끈 정선주 총괄 디렉터의 말이다. 그는 “지난 15년간 쌓아온 성과에 누가 되지 않겠다는 절박함이 컸다”며, 참가 신청과 운영 가이드 등 기초 단계부터 전체 프로세스를 다시 점검했다고 밝혔다. 그만큼 이번 에디션은 내실을 다지는 동시에 변화를 모색한 자리였다.
실제로 올해는 구조적 변화를 시도했다. “만족도는 82%, 재방문 의사는 93%에 달했습니다. 특히 부스와 공간 구성에 대한 호평이 많았는데, 이는 처음으로 도입한 ‘세로형 부스’의 효과가 컸습니다.” 아트부산은 올해 처음으로 부스를 세로형으로 전면 배치했다. 익숙한 가로형 구조를 벗어난 이 선택은 실험이자 도전이었다. “동선을 세로로 전환하면서 관람 환경이 쾌적해지고 공간의 깊이감이 살아났습니다. 갤러리는 큐레이션을 더 온전히 펼칠 수 있었고, 관람객 역시 작품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공간 혁신’은 관람 경험과 전시 완성도를 동시에 끌어올렸다.
외부 변수도 있었다. 행사 기간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부산행 기차표를 구하기 어려운 등 일부 컬렉터의 이동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다른 방향에서 나타났다. “로컬 중장년 컬렉터들이 가족 단위로 방문했고, 주말에는 3040 컬렉터 층까지 유입되면서 전반적인 지표가 상승했습니다.”
약 6만 명의 방문객, 그리고 VIP 프리뷰 오픈 3시간 만에 1500명 돌파(전년 대비 33% 증가). 구체적인 판매 수치를 공개하지 않는 흐름 속에서도, 이 같은 지표는 아트부산의 시장 신뢰도를 보여준다.
'아트부산 2026' 현장을 돌고 있는 정선주(왼쪽) 총괄 디렉터. 아트부산 제공
정 디렉터는 아트페어의 본질을 분명히 한다. “아트페어는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라, 작품과 컬렉터를 연결해 실질적인 거래로 이어지게 하는 비즈니스 플랫폼입니다.” 그는 갤러리가 최상의 작품을 선보이고 그것이 성과로 이어지는 구조, 즉 ‘구조의 안정성’을 아트부산의 경쟁력으로 꼽았다.
이러한 방향성은 그의 이력과도 맞닿아 있다. 베이징대 재학 시절 UCCA 현대미술센터 전시팀에서 실무를 시작해 부산·서울미디어시티·광주비엔날레 등을 거쳤고, 이화여대와 영국 왕립예술학교 석사과정을 거치며 국제 협업 경험을 쌓았다.
그는 “예상보다 이른 나이에 고향으로 돌아온 데 대한 조급함도 있었지만, 지역 청년 작가전인 ‘아트악센트’를 이끌며 아트부산이라는 플랫폼의 가치를 깊이 깨달았고, 지속성의 가치를 새로 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 인식은 ‘라이트하우스’, ‘디파인’ 등 올해 프로그램에 반영됐다. 단기 유동에 기대기보다 아트부산만의 깊이를 구축하려는 시도다.
'아트부산 2026' 기자 간담회를 갖고 있는 정선주 총괄 디렉터. 아트부산 제공
향후 목표도 분명하다. “아트페어는 단기 수익에 머무는 행사가 아니라 ‘문화사업’입니다. 부산에서 컬렉터와 미술인이 머물며 교류하는 환경을 만들고, 나아가 365일 작동하는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15주년을 지난 아트부산은 이제 양적 성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구조와 체질을 다지는 단계에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