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다리 접시를 모티브로 작업한 김명선 작가의 ‘내면의 길’. 복천박물관 제공
가야 토기를 모티브로 작업한 박종진 작가의 ‘Artistic Stratum’. 복천박물관 제공
청동 방울을 모티브로 작업한 심현성 작가의 ‘Memory Fragments’. 복천박물관 제공
가야 토기를 모티브로 작업한 진윤희 작가의 ‘첨, 원,바티다’. 복천박물관 제공
이번 전시를 기획한 부산대학교 김현숙 교수가 자신의 작품을 관객에게 설명하고 있다. 김효정 기자
복천박물관 개관 30주년 기념 전시 입구 모습. 김효정 기자
복천 고분군에서 발굴된 대표 유물들. 복천박물관 제공
1969년 부산 동래구 복천동에선 1,500여 년 동안 잠들어 있던 가야 고분군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야사 해석에 결정적 자료인 철제 갑옷과 투구, 말갑옷과 말머리가리개, 화살통과 함께 수많은 철제 무기와 토기가 출토되었고, 고분군은 그 역사적 중요성과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1981년 6월 9일 사적 273호로 지정되었다. 발굴 성과와 가야 문화를 시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부산지역 고대문화를 연구하기 위하여 1996년 고고학 전문 박물관인 복천박물관이 마침내 개관했다.
복천동 고분군은 7호분 출토 말머리장식 뿔잔, 11호분 출토 금동관, 22호분 출토 청동칠두령, 38호분 출토 철제갑옷 일괄이 보물로 지정되었고, 현재까지 가야 고분군 출토 보물 6점 중 4점이 복천동 고분군 출토품일 만큼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복천박물관은 사실 역사적인 가치뿐만 아니라 대도시 내에 넓은 고분군을 품고 있는 박물관으로서 다른 박물관과 차별화된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복천박물관의 이 같은 매력을 부산시민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다거나 그런 박물관이 있는지 모른다는 시민도 있다.
마침 복천박물관이 올해 개관 30주년을 맞아 존재감을 제대로 드러내는 전시를 시작했다. 지난달 22일 개막해 오는 8월 17일까지 진행될 ‘고분의 기억, 오늘을 빚다’전은 복천동 고분군의 대표 유물을 모티브로 15명의 작가가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이다.
부산대학교 김현숙 조형학과 교수가 기획과 예술 감독으로 참여했으며 원통형 그릇받침, 굽다리접시, 신발모양토기, 오리모양토기, 금동관, 판갑, 칠두령 등 유물이 도자 작가의 손을 거쳐 흥미롭게 변신했다.
김 교수는 “한국 현대 도예계의 주축으로 활동하고 있는 중견 교수진과 작가들이 참여했다. 작가에겐 어려운 숙제이자 도전이었다. 고대 가야인의 삶과 죽음, 권위와 신앙을 담은 복천동 유물의 상징성을 생각하며 동시에 현대적인 조형미, 작가의 상상력도 놓치지 않았다. 비엔날레급 전시 작품을 내놓겠다는 의욕으로 시작했다”라고 소개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품은 흥미로웠다. 유물 특유의 문양이나 색을 활용하거나 유물이 가진 기능성을 연결한 작품도 있다. 숨은 그림찾기를 하는 것처럼 현대적인 도자 작품 속에 숨은 유물이 무엇인지 유추하는 재미가 있다. 도자 작품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형태는 다양하다. 기획전시실 뿐만 아니라 로비까지 나온 작품을 따라가는 관객의 동선도 특이하다.
참여 작가들은 부산대학교를 비롯해 단국대학교, 동덕여자대학교,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등 대학 강단에 있는 중견 교수와 중견 작가, 석박사를 마친 젊은 작가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 특히 참여 작가 중 한 명인 서울여대 박종진 교수는 지난 5월 12일, 세계 최고 권위의 현대 공예 시상식인 ‘로에베 재단 공예상(LOEWE FOUNDATION Craft Prize)’에서 올해 수상자로 결정돼 현재 가장 ‘핫’한 도예작가이기도 하다.
전시 중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모티브가 된 유물과 작가의 작품이 따로 전시돼 있다는 점이다. 이번 전시는 1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리지만, 유물은 3층 상설전시관에 전시돼 있다. 복천박물관은 이에 대해 “복천고분군에서 출토된 유물이지만, 유물의 소유가 국립인 김해박물관으로 돼 있어 유물 이동 전시는 우리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고 해명했다.
전시 관람은 무료이며, 휴관일은 매주 월요일(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는 다음날 휴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