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림한서병원 방유미 과장은 “만성 기침 치료는 정확한 원인 감별에서 시작한다”라고 말했다. 장림한서병원 제공
‘콜록콜록’ 기침 소리와 형태, 지속 기간 등을 통해 다양한 호흡기 질환의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다. 장림한서병원 호흡기·알레르기 내과 방유미 과장은 “기침은 몸이 내부의 문제를 알리기 위해 보내는 최종 경고 신호이다”라고 말했다.
■8주 이상 기침, 정밀 감별 필요
기침의 정확한 원인 진단을 위해 가장 먼저 파악하는 것은 ‘지속 기간’이다. 3주 이내의 ‘급성 기침’은 감기로 불리는 급성 상기도 감염이나 급성 기관지염이 주원인이다. 3주에서 8주 사이 ‘아급성 기침’은 호흡기 감염을 앓고 난 뒤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1주일 이상 치료해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세균성 부비동염(축농증) 동반 여부를 확인한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8주 이상 이어지는 ‘만성 기침’이다. 흉부 엑스선 검사가 정상인데도 기침이 오래간다면 상기도기침증후군(후비루증후군), 천식, 위식도역류질환, 호산구기관지염이 원인일 수 있다. 방 과장은 “이 외에도 만성 기관지염, 기관지확장증, 폐암, 심부전, 만성폐쇄성폐질환 등 다양한 질환이 원인일 수 있으므로 병원을 찾아 정밀한 감별 진단을 받는 것이 필수적이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기준은 가래의 유무이다. 마른기침은 기도가 예민해지거나 외부 자극에 의해 발생한다. 가래가 동반되는 기침은 점막에 염증성 분비물이 고여 있다는 의미다.
기침 소리나 형태로도 질환을 유추할 수 있다. 방 과장은 “컹컹거리는 소리는 급성 후두염일 때 주로 나타나며, 목 안이 간질거리며 발작적으로 터지는 마른기침은 기침 이형 천식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목뒤에 끈적한 것이 걸려 연신 큼큼거리는 기침은 콧물이 목뒤로 넘어가는 후비루증후군, 누워있거나 식후에 목 끝이 따끔거리며 솟구치는 기침은 위식도역류질환일 가능성이 높다. 방 과장은 “걸쭉한 가래를 뱉어내야 시원해지는 기침은 만성 기관지염·기관지확장증처럼 기도 내에 분비물이 고이는 질환에서 나타난다”라고 덧붙였다.
만성 기침의 원인을 찾기 위해 흉부 엑스선 촬영을 한다. 폐의 구조적 문제 확인이 필요할 때 흉부 CT 촬영을 진행한다. 흉부 엑스선 검사 결과가 정상인데도 기침이 8주 이상 이어진다면, 맞춤형 정밀 검사에 들어간다. 방 과장은 “가장 먼저 폐기능 검사로 천식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을 감별한다”라고 말했다. 메타콜린유발 검사나 호기산화질소 검사를 통해 천식·호산구기관지염 등을 진단하고, 후두내시경 검사로 후비루를 확인한다. 소화기계 문제로 인한 기침이 의심될 경우 위내시경 검사나 24시간 식도 산도 감시 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폐암, 기침 빈도·강도 점진적 악화
기침 이형 천식은 기침만이 유일한 증상으로 나타나는 천식의 한 종류이다. 가래가 없는 발작성 마른기침이 특징이며, 한번 시작하면 숨이 찰 정도로 기침이 쏟아진다. 담배 연기, 자극적 냄새, 에어컨 같은 찬 공기에 노출되거나 운동할 때 기도가 자극받아 기침이 폭발한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은 만성적인 가래 기침이 나타날 때 의심한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끈적한 가래와 함께 기침을 뱉어낸다. 방 과장은 “기침·가래와 함께 계단을 오르거나 움직일 때 숨이 차는 ‘활동 시 발생하는 만성적인 호흡 곤란’이 핵심 증상이다”라고 말했다.
결핵은 초기에는 감기 같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폐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기침으로 변한다. 2주 이상 지속되는 기침과 함께 오후·야간의 미열, 자고 나면 침구가 젖을 정도의 식은땀, 체중 감소가 나타날 수 있다.
간질성 폐질환은 산소 교환이 일어나는 폐포 벽의 조직(간질)에 만성 염증과 섬유화가 일어나 폐가 점차 딱딱하게 굳고 부피가 줄어든다. 청진하면 등 뒤에서 테이프를 뜯는 듯한 거친 소리가 들리는 것이 특징이다.
폐암은 종양이 기도를 직접 압박해 기침이 발생한다. 종양이 커짐에 따라 기침의 빈도와 강도가 점진적으로 악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방 과장은 “천식 과거력이 없는 성인이 기침할 때 쌕쌕거리는 숨소리가 동반된다면 폐암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고혈압약이나 당뇨약의 특정 성분으로 목이 간질거리는 마른기침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약을 바꾸면 1달 내에 호전된다. 호산구기관지염은 천식과 증상은 같으나 폐기능과 기도과민성은 정상인 질환으로 흡입 스테로이드로 치료한다. 기관지가 늘어나는 기관지확장증, 심장 기능 저하로 폐에 물이 차는 심부전도 만성 기침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에어컨도 기침 유발, 물 자주 마셔야
방 과장은 “기침할 때 피가 섞여 나오는 경우, 숨을 쉴 때 쌕쌕거리는 소리가 나거나 호흡곤란이 동반될 때, 목소리가 쉰 상태로 3주 이상 회복되지 않을 때, 체중이 줄고 밤에 식은땀이 나며 미열이 지속될 때, 감기약이나 기침약을 2주 이상 복용해도 증상이 전혀 줄지 않을 때는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미지근한 물을 자주 마셔 기관지 점막을 촉촉하게 유지하는 것이 기침 예방에 도움이 되고,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금연도 필수이다. 에어컨도 기침을 유발한다. 찬 공기가 기도를 수축하기도 하지만, 에어컨 냉각핀과 필터에 번식한 곰팡이나 세균이 기침을 일으키는 경우도 많다.
방 과장은 “기침 억제제만 사서 복용하는 분들이 많은데, 기침만 억누르는 것은 화재경보기가 시끄럽다고 배터리를 빼버리는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기침이 8주 이상 이어진다면 기침약을 바꿀 때가 아니라 호흡기내과 전문의를 찾아가야 하는 때라는 것을 기억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