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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팅 27회' 스페인 상대 무실점한 '카보베르데' 40세 골키퍼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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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보베르데 축구 국가대표팀 골키퍼 보지냐가 16일(한국 시간) 스페인을 상대로 0-0 무승부를 거둔 뒤 국기를 펼쳐 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카보베르데 축구 국가대표팀 골키퍼 보지냐가 16일(한국 시간) 스페인을 상대로 0-0 무승부를 거둔 뒤 국기를 펼쳐 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사상 첫 월드컵 본선에 오른 인구 52만 명의 섬나라 카보베르데가 강호 스페인을 상대로 무승부를 거두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기적의 중심엔 마흔살 골키퍼의 맹활약이 있었다.

카보베르데는 16일(한국 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대회 우승 후보로 꼽히는 스페인과 0-0으로 비겼다.

이날 경기 결과는 불 보듯 뻔해 보였다. 스페인은 라민 야말(바르셀로나)을 비롯한 세계적인 선수들을 보유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위의 '무적함대'인 반면, 카보베르데는 월드컵 출전국이 48개국으로 확대된 이번 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본선행에 오른 축구 약소국이다.

아프리카 대륙 서쪽 대서양에 있는 15개의 섬으로 이뤄진 군도 국가 카보베르데는 500여 년 동안 포르투갈의 식민 지배 하에 있다가 1975년에야 독립했다. FIFA에는 1986년 가입해 2002년 한일 월드컵부터 예선에 도전해왔고, 이번 아프리카 예선 D조에서 카메룬을 제치고 조 1위(7승 2무 1패)로 사상 첫 본선행에 성공했다.

FIFA 랭킹 67위인 카보베르데는 이날 스페인에 27개의 슈팅을 허용하며 일방적으로 주도권을 내줬지만 밀집 수비와 골키퍼의 맹활약으로 단 한 골도 실점하지 않았다. 몸을 던지는 수비수들의 '블록' 탓에 실제 유효 슈팅은 7개에 그쳤다.

결국 첫 월드컵 무대에서 스페인을 상대로 승점 1점을 따낸 카보베르데 선수들은 종료 휘슬이 올리자 감격하며 서로를 얼싸안았다. 40세 골키퍼 보지냐는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쏟았다.

보지냐 골키퍼는 스페인의 주요 슈팅을 모두 막아내는 집중력을 선보였다. 전반 39분 골문 앞 혼전 상황에서 오야르사발의 헤더 슛을 몸을 날려 쳐냈고, 전반 45분 땅볼 크로스에 이은 페란 토레스의 슛도 안정적으로 막았다. 전반 추가시간 코너킥 상황에서 라포르테의 헤더 슛 역시 보지냐의 다이빙에 막혔다.


스페인의 페란 토레스(7번)와 일대일 상황에서 슈팅 각을 좁히러 나온 보지냐 골키퍼(1번). AP연합뉴스 스페인의 페란 토레스(7번)와 일대일 상황에서 슈팅 각을 좁히러 나온 보지냐 골키퍼(1번). AP연합뉴스
혼전 상황에서 스페인 오야르사발의 헤더 슛을 막아내는 보지냐 골키퍼. EPA연합뉴스 혼전 상황에서 스페인 오야르사발의 헤더 슛을 막아내는 보지냐 골키퍼. EPA연합뉴스

후반전에도 스페인의 크로스 세례가 이어졌지만 보지냐가 공중볼 경합에서 우위를 차지했다. 스페인의 슈팅 대부분은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고, 보지냐는 안정적인 세이브를 연이어 펼쳐 끝내 클린시트를 기록했다.

포르투갈 프로축구 2부 리그 샤베스에서 뛰는 보지냐는 2012년 국가대표 데뷔 후 총 88번의 A매치에 출전하며 카보베르데 역대 최다 출장 2위에 올라 있다.

그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나 자신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 그리고 모든 카보베르데 국민이 무척 자랑스럽고 행복한 심정일 것"이라며 "우리는 이 자리에 오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고향 어머니 집에서 큰 잔치가 열릴 것"이라며 "어머니가 현장에 오시지 못해 슬퍼하셨지만, 이 영광을 카보베르데의 모든 국민에게 바친다"고 덧붙였다.


보지냐 골키퍼가 공중볼을 잡아내고 있다. AP연합뉴스 보지냐 골키퍼가 공중볼을 잡아내고 있다. AP연합뉴스

페드루 브리투 카보베르데 감독 역시 보지냐를 향해 "오늘 단연코 경기장 내 최고의 선수였다"며 "오랜 기간 대표팀에서 함께한 베테랑 골키퍼에게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우리 팀이 꽤 침착하게 뛰어준 덕분에 보지냐 역시 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브리투 감독은 "이 결과는 조국에 모든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항상 전 세계가 우리나라와 우리 팀을 보게 되길 바랐다"며 "이날 우리는 탄탄한 조직력과 굴하지 않는 용기를 보여줬다. 끊임없이 어려움을 극복해내는 '회복력'이야말로 카보베르데의 참모습임을 증명해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처럼 소위 '약체'로 불리는 팀들의 노력에 더 많은 찬사를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제는 작은 국가의 대표팀들도 강팀과 대등하게 맞설 자격이 충분하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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