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대구시장 당선인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등 국민의힘 대구·경북 의원들이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광주·전남권 제2국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등 현 집권세력에 대한 부산·울산·경남(PK)의 민심 이반이 예사롭지 않다.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부정평가가 50%를 넘어섰고, 정당 지지도도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역전당한 상태다. 지역에선 "이번 '반도체 호남 몰빵' 정책으로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기 때문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결과, PK 지역의 현 정부 국정 지지율이 공통적으로 크게 하락하면서 민심 이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22~26일. 전국 성인 2502명. 무선 ARS)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PK의 긍정평가는 43.2%에 불과했다. 리얼미터가 6월 지방선거 직전 실시한 조사(5월 26~29일. 전국 성인 2008명)에선 이 대통령의 PK 긍정평가가 56.6%였다는 점에서 한달새 13.4%포인트(P)가 하락한 셈이다.
이번 조사에서 이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PK 부정평가가 52.8%로, 50%대를 넘어섰다는 점이 특히 눈길을 끈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PK의 이 대통령 부정평가가 50%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PK의 이 대통령 부정평가는 한달 사이에 13.9%P 증가했다. 게다가 PK의 긍정평가보다 부정평가가 9.6%P나 높다.
대부분의 선거 전문가들은 "현직 대통령에 대한 국정운영 평가가 민심의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현 집권세력은 이번 조사 결과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충고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22~23일. 전국 성인 1005명. 무선 ARS)에서도 PK에서 이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39.1%)보다 부정평가(55.2%)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정당 지지도도 크게 차이가 없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민주당의 PK 지지도는 35.7%로, 국민의힘(46.4%)보다 10.7%P 낮다. 민주당의 PK 지지도는 전국 평균(41.0%)보다 5.3%P나 떨어진다. 반대로 국민의힘의 PK 지지도는 전국 평균(42.0%)보다 4.4%P 높다. KSOI 조사에서도 민주당(35.6%)의 PK 지지도는 국민의힘(48.0%)보다 12.4%P 낮다.
이런 민심 변화는 예고된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9회 지선에서 PK 유권자들이 현 정권에 '의미있는 경고'를 보냈는데, 최근 정부 정책에서 'PK 홀대'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는 불만이 지역 내에서 고조되는 분위기다.
상당수 전문가들이 주장하듯 6월 PK 지선은 '민주당 승리'로 평가하기 힘들다. 선거 직전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전재수 당선인이 국민의힘 박형준 시장을 압도적으로 앞섰지만 정작 개표에선 2.6%P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고, 울산에선 보수진영의 국민의힘 김두겸(45.7%) 시장과 무소속 박맹우(5.5%) 후보의 득표율을 합치면 진보 단일 후보인 민주당 김상욱(48.7%) 당선인보다 높다. 경남지사 선거에선 국민의힘이 승리했다.
PK 기초단체장 선거도 민주당이 예상 밖의 저조한 실적을 거뒀고, 광역의원 선거에선 반대로 국민의힘이 압승을 거뒀다. 부울경 유권자들이 여야에 골고루 표를 나눠주는 '선택적 투표'를 하면서 "보수 야당 일색인 지역 리더십을 새롭게 하는 대신, 야당과 협치를 통해 PK 민생에 더욱 집중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29일 발표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는 철저하게 '호남 중심 정책'이란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일부 PK 지원책이 발표되긴 했지만 부울경에선 "호남을 위한 구색맞추기"란 지적이 제기됐다.
한 선거 전문가는 이날 "지금까지 PK를 외면하고 성공한 정권이 없다"며 "현 정권은 부울경 지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결코 소홀하게 생각해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PK 정치권의 한 인사는 "부울경에 특혜를 달라는 게 아니다"며 "현 정부의 핵심 정책인 지역균형발전의 취지에 맞게 부울경도 동등한 대우를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