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전주공장에서 생산한 기린 이치방 시보리 맥주. 유승호 기자
하이트진로가 일본 기린의 대표 맥주 ‘기린 이치방 시보리’를 국내에서 직접 생산하며 늘어나는 일본 맥주 수요 대응에 나선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8일 경기 용인시 하이트진로 연구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린 이치방 시보리 캔 제품을 전주공장에서 생산한다고 발표했다.
기린과 자본 관계가 없는 수입유통사가 라이선스 생산에 나서는 것은 아시아 지역에서 하이트진로가 처음이다. 이를 위해 하이트진로는 지난 7월 기린 측과 기술 제휴 협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치방 시보리는 일본어로 ‘첫 맥즙’이라는 뜻이다. 맥아에서 처음 짜낸 맥즙만 쓰는 공법을 말한다. 하이트진로는 기린으로부터 이 공법과 ‘기린 효모’를 직접 받아 국내에서 맥주를 생산할 방침이다.
1년 넘게 이어진 초기 설비 세팅 과정에는 일본 기술진이 현장에 참여해 원료와 공정, 품질관리 기준을 전주공장 라인에 적용했다. 하이트진로는 기린의 평가를 3회 이상 통과해 생산 승인을 받았다. 생산 이후에도 양사 기술진이 정기적으로 품질을 점검한다.
초도 생산량은 약 150만L(500mL 캔 300만 개)다. 하이트진로는 내년 한국에서 판매하는 기린 이치방 시보리의 목표 판매량의 75%를 전주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나머지 25%는 병맥주와 생맥주로 캔 제품은 사실상 전량 국내에서 생산하게 되는 셈이다.
하이트진로는 국내 생산의 가장 큰 장점으로 신선도를 꼽았다. 일본에서 만든 제품이 통관을 거쳐 국내 시장에 풀리기까지는 보통 한 달 반이 걸리지만, 국내에서 생산하면 이를 1~2주로 줄일 수 있어 더 신선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게 하이트진로 측의 설명이다. 또 물량 변동과 관세, 국제 물류 리스크를 줄이는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이트진로 권광조 프리미엄권역장은 “운송 기간 단축으로 더 신선한 기린 이치방 시보리 제품 공급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절감한 물류비는 마케팅이나 프로모션에 투자해 소비자 혜택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이트진로가 기린 이치방 시보리 국내 생산을 결정한 것은 수입맥주 시장이 줄어드는 가운데 일본 맥주만 성장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수입맥주 시장은 2018년 최대 판매량을 찍은 이후 최근 5개년(2020년~2025년) 간 연평균 약 3%씩 감소 중이다.
반면 같은 기간 일본 수입맥주 시장은 연평균 72% 성장했다. 특히 2023년부터 일본 맥주 브랜드의 성장이 수입맥주 시장 전체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추정치) 기준 기린 이치방 시보리 판매량의 연평균 성장률은 82.4%다.
일각에서는 이번 기린 이치방 시보리 국내 생산이 하이트진로 전주공장 가동률을 개선하는 발판이 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하이트진로 전주공장의 올해 상반기 가동률은 57.7%로 맥주 부문 평균(74.7%)을 밑돌았다. 게다가 오는 16일 하이트진로 익산공장이 생산을 종료하고 이 물량을 전주공장이 모두 흡수할 예정이다.
하이트진로는 국내에서 기린 이치방 시보리의 안정적인 생산에 우선 집중하고 안정화 이후 기린 측과 병, 생맥주 등 국내 생산을 포함한 여러 협업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이트진로 장인섭 대표는 “2004년부터 약 20년 동안 기린 이치방 시보리의 맛과 품질을 국내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며 “이번 기술 협정은 단순한 생산 현장의 이전이 아닌 한층 더 발전된 기술과 품질을 만들어가는 전략적 파트너십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