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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원의 시네아트] 행복한 라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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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라짜로’. 슈아픽처스 제공 ‘행복한 라짜로’. 슈아픽처스 제공

‘행복한 라짜로’의 알리체 로르와커 감독은 올해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 중 한 사람이었다.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을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혀 짧게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 봉준호를 향한 각별한 애정은 그가 연출한 영화를 보고 나면 어느 정도 납득이 간다. 흔히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요약되는 알리체 로르와커 감독의 영화는 냉혹한 현실을 기반으로 하되 환상적 설정을 가져오는데 거리낌이 없다. 두 발을 땅에 디디고 선, 사실적 우화라는 점에서 두 감독의 영화세계는 어딘지 닮았다.

두 번째 장편영화 ‘더 원더스’로 2014년 칸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알리체 로르와커 감독은 1960년대의 활력을 되찾고 있는 듯한 최근 이탈리아 영화를 대표하는 신성 중 한 사람이다. 리얼리즘과 환상을 거침없이 넘나드는 유연한 상상력은 분명하게 도드라진다. 알리체 로르와커 감독의 신작 ‘행복한 라짜로(Happy as Lazzaro)’ 역시 이탈리아의 역사와 사회, 계급문제를 기반으로 한 가운데 영화라는 환상 속으로 관객을 초대하는 영화다.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시골마을, 순박한 청년 라짜로(아드리아노 타르디올로)는 담배농장에서 일하고 있다. 평화로워 보이는 마을이지만 실은 고립된 마을 사람 전체가 부당하게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중이다. 후작부인의 아들 탄크레디(루카 치코바니)는 순수한 라짜로에게 호의를 느끼고 둘은 계급과 경계를 넘어 은밀한 우정을 나눈다. 그러던 어느 날 탄크데디는 라짜로와 함께 가짜 납치극을 꾸미고 그 와중에 라짜로는 사고로 절벽에서 떨어진다. 이로 인해 경찰이 출동하며 마을의 숨겨진 진실이 드러난다.

‘행복한 라짜로’는 전반과 후반이 완전히 분리되는 영화다. 절벽에서 떨어져 사라진 라짜로가 돌아오는 순간을 기점으로 초현실적 분위기로 전환된다. 라짜로는 홀로 십 수 년의 시간여행을 한 것처럼 순수했던 모습 그대로 세상에 던져진다. 라짜로의 순수함은 사회구조적 모순을 부각시키는 백지와 같다. 알리체 로르와처 감독은 이 영화의 환상성에 대해 ‘기적도 슈퍼파워도 특수효과도 없는 약간의 신성함을 지닌 이야기’라고 표현했다. 이름부터 ‘라짜로’(예수께서 부활시킨 성 라자로)인만큼 종교적 상징으로 읽을 여지가 충분하다. 보이지 않는 것, 인식하지 못했던 진실까지 보이게 하는 ‘행복한 라짜로’의 마술. 그걸 실현시키는데 필요한 건 거창한 볼거리나 환상적 장치가 아니다. 약간의 호기심과 통찰력, 이 질문 하나면 족하다. 당신 주변, 혹은 당신 안의 ‘라짜로’들은 아직도 행복합니까.


송경원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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