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배너
배너

[영화 ‘나랏말싸미’] 우리가 몰랐던 ‘세종’과 ‘스님’의 한글 창제 여정

seasons@busan.com
가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페이스북
트위터
영화 ‘나랏말싸미’는 한글 창제를 둘러싼 학설 중 하나인 세종대왕과 신미 스님의 이야기를 그린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영화 ‘나랏말싸미’는 한글 창제를 둘러싼 학설 중 하나인 세종대왕과 신미 스님의 이야기를 그린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그렇게 하면 이 땅의 신령이 알아듣겠는가. 우리말로 하라.” 영화 ‘나랏말싸미’ 초반부, 조선의 왕 세종은 어두운 낯빛으로 이같이 말한다. 기우제(祈雨祭)를 지내는데 신하가 한자로 된 축문을 줄줄이 읽자 언짢은 기색이다. 이후 우리말 창제에 힘을 쏟은 세종은 마침내 ‘훈민정음’을 완성한다. 재위 25년의 일이다.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낸 한글 창제

소리문자 능통한 인물로 ‘신미’ 등장

해인사·경복궁 등 웅장한 건물 눈길

주연 송강호·박해일 명품 연기 기대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여정

영화는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여정을 따라간다. 제목인 ‘나랏말싸미’는 훈민정음 서문의 첫마디. 초성 17자와 종성 11자로 이뤄진 스물여덟 자모의 탄생기를 담는다. 영화는 한글 창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낸다. 일반적으로 한글 창제의 ‘숨은 주역’엔 집현전 학자들이 꼽히지만 이 작품에선 아니다. 소리문자에 능통해 세종의 한글 창제를 도운 인물로 신미 스님을 내세운다. 당시 해인사 장경판전을 관리했던 신미는 불경을 기록한 산스크리트어와 티베트어, 파스파 문자에 능했던 인물. 학계에서 주장하는 한글 창제의 여러 학설 중 하나다. 억불정책을 강력하게 펼친 세종이 신미 스님에게 법호를 내렸다는 기록과 김만중의 ‘서포만필’에 기록된 내용 등을 바탕으로 한다.

해인사 장경판 등 웅장한 전경

작품의 묘미는 그간 스크린에서 볼 수 없던 곳을 하나 둘 찾아보는 데 있다. 팔만대장경이 있는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을 비롯해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안동 봉정사 등이 그것이다.

유서 깊은 건축물도 여럿 등장한다. 경복궁과 창덕궁은 물론이고 곡성 태안사와 순천의 송광사 국사전 등의 웅장한 전경이 스크린에 담겼다. 한글 창제 과정을 알기 쉽게 풀어낸 점도 눈에 띈다. 자칫 어렵게 다가올 수 있는 한국어의 발음 원리, 구성 요소 등을 어렵지 않게 이야기에 녹여냈다.

우리말 자음을 이용한 유머는 작품의 재미를 더한다. 학조 스님이 마음을 담아 땅 위에 끄적인 ‘ㅂㄱㅅㄷ(보고 싶다)’를 보고 학형이 놀리자 “보기 싫다”라며 발끈하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풋풋한 마음을 전한 ‘ㄴㄹㅈ ㄱㅁㄷ(누룽지 고맙다)’나 ‘ㅎㅈ ㅂㅂ(학조 바보)’ 등도 그렇다. 덕분에 극장을 찾은 관객은 남녀노소 상관없이 영화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송강호-박해일 찰떡 호흡

배우들의 연기도 일품이다. 배우 송강호가 세종대왕 역을 맡아 결이 다른 감정 연기를 선보인다. 작품의 빈틈을 그의 농익은 연기로 채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금 세종의 모습과 인간 이도의 면면을 차분하게 보여준다. 그래서일까. 그가 “문자를 만드는 것은 내 능력 밖인 것 같다”고 말하며 책을 내던지거나 먼저 세상을 떠난 소헌왕후를 그리워하며 홀로 읊조리는 장면 등은 묵직한 여운을 전한다. 당뇨병과 눈병 등 온갖 질병에 시달렸던 세종대왕이 느꼈을 법한 감정들도 찬찬히 짚어준다.

송강호와 호흡을 맞춘 신미 역의 박해일이 보이는 선 굵은 연기도 인상적이다. 실제로 스님들과 생활하며 캐릭터 구축에 힘쓴 그는 스크린 속에서 자신이 정한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신미를 섬세하게 펼쳐낸다.

아쉬운 점도 있다. 이야기의 전개나 캐릭터들은 다소 평면적이다. 세종대왕의 인간적인 면을 담으려 했으나 상당히 제한적인 것도 그렇다. 아내인 소헌왕후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낼 때나 한글을 만드는 과정에서 고뇌하는 모습을 담는 것에서 그친다. ‘웃으려고 하면 끝나는’ 유머 코드도 아쉽다. 감초 배우들의 맛깔난 연기가 종종 작품의 분위기를 환기시키지만 빛을 제대로 발하진 못하는 이유다.

남유정 기자 bstoday@busan.com

관련기사

라이브리 댓글

닥터 Q

부산일보가 선정한 건강상담사

부산성모안과병원

썸네일 더보기

톡한방

부산일보가 선정한 디지털 한방병원

태흥당한의원

썸네일 더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