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늑장 판결' 비판에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 지정을 미루면서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과 비교하면 윤 대통령 탄핵심판은 변론 종결 후 선고까지 걸린 기간, 탄핵소추안 접수 후 선고까지 걸린 기간 모두 최장 기록을 경신할 예정이다.
헌재의 예상 밖 장고에 탄핵 소추 인용과 기각·각하를 두고 정치권 안팎의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길어지는 헌재 고심 배경에 헌법재판관 간 이견 발생, 국민 통합을 고려한 만장일치 평결 조율 등이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헌재가 전날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을 발표하지 않으면서 선고는 사실상 다음 주로 미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헌재가 이날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을 통보할 가능성도 있지만, 이 경우에도 선고는 다음 주 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헌재가 선고일 당일에 선고 여부를 통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헌재가 20일이나 21일 중 선고일을 발표하면 다음 주 초 또는 27일을 전후해 선고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헌재는 재판관 평의에 대해서는 어떤 것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재판관 평의 내용이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면서 각종 해석만 무성한 상황이다. 세부 쟁점에 대한 검토가 끝나지 않았다거나 전원일치 결론을 위해 재판관들이 견해를 조율 중이라는 견해, 결정문에 들어갈 문구를 세심하게 다듬고 별개·보충 의견의 게재 여부를 협의 중이라는 의견 등이 제기된다.
우선 선고가 늦어지는 배경으로 재판관 사이의 이견설에 무게가 실린다. 당초 '탄핵 인용' 분위기였지만, 법원의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과 석방을 계기로 재판관들 사이에서도 기각·각하 의견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현직 대통령 탄핵심판이라는 중요도에 헌법재판관들이 만장일치 결론을 내기 위한 '끝장 토론'이 진행 중이라는 해석도 있다. 앞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심판에서 헌법재판관 의견이 '4 대 4'로 나뉘면서 무수한 뒷말을 낳았다. 현재 여야 정치권은 물론 양측 지지자가 강하게 충돌하는 상황에서 헌재가 국민 통합을 위한 만장일치 평결 논의에 돌입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 외에도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 여부, 한덕수 국무총리와 박성재 법무부 장관 탄핵 선고도 하나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헌재의 '결단'을 기다리는 여야는 각각 인용과 기각·각하를 자신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근 한층 거세게 "윤 대통령 탄핵 기각·각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권에선 헌재의 심리가 길어지는 건 기각·각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자체 해석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조속한 윤 대통령 파면'을 내세우며 인용 결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 헌재의 예상 밖 장고가 이어지면서 대통령실 내에서도 기각·각하 기대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다만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앞두고 관련 메시지 발신을 자제하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선고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도 "헌재 결심이 늦어지는 건 내부 사정이 있다는 의미가 아니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