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3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투명한 성과급 제도로의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삼성그룹노조연대 등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반도체 호황에 기대 영업이익의 최대 20%(약 60조 원)를 성과급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노조는 이후 15%(45조 원) 수준으로 요구를 낮췄다며 ‘양보’를 강조하는 뉘앙스지만, 이를 둘러싼 시장과 여론의 시선은 싸늘하다. 60조 원은 웬만한 중소형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에 육박하는 금액으로, 이를 지급할 경우 기업의 미래를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1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승호 삼성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전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처음 (사측과) 협상에서는 영업이익 20% 기준으로 교섭을 진행했다”며 “올해 예상되는 연간 영업이익이 270조~300조 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노조는 지난달 27일 사측과의 교섭에선 영업이익의 10%를 제시했으나, 지난 7일 올해 1분기 57조 원 수준의 영업이익이 발표되자 요구안을 15%로 올렸다. 하지만 이날 최 위원장의 발언을 보면 노조는 당초 사측에 20%인 약 60조 원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가 요구했던 60조 원은 유럽의 중소국가인 아이슬란드의 1년 GDP보다 많은 금액이다. 또 삼성전자가 지난해 연구개발비(R&D)로 투자했던 금액(약 37조 7000억 원)의 두 배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액수다. 인공지능(AI) 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빅테크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노조가 초격차 확보를 위한 시설투자 및 R&D 강화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가운데 95%가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에서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가전·TV·스마트폰 사업을 맡고 있는 DX부문 직원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DX부문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12조 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현재 노조가 주장하고 있는 성과급 산정 기준을 적용하면 오히려 기존보다 성과급 규모가 줄어든다. 삼성전자 과반 노조인 초기업노조의 가입자 7만여 명 중 DS부문 소속이 5만 5000여 명으로 전체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노조가 반도체 부문 보상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주주들은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불거질 생산 차질과 주가 하락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말 교섭 중단을 선언한 노조는 오는 23일 평택캠퍼스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이후에도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을 실행할 계획이다.
한편 올해 영업이익이 300조 원 수준인 만큼 노조의 수정된 요구대로 성과급을 지급할 경우 45조 원을 넘는다. 이는 지난해 주주들에게 배당했던 배당금(11조 1000억 원)의 4배가 넘는 규모다. 반도체(DS) 부문 직원이 약 7만 명인데 성과급 규모로 단순 계산할 경우 1인당 평균 성과급은 약 6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전체 주주(460만 명) 1인당 평균 배당금이 241만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직원 성과급이 주주 배당의 약 240배에 육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