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 핵심 선수들이 이탈한 상황에서 롯데 마운드에 혜성처럼 등장한 현도훈. 롯데자이언츠 제공
불펜 핵심 선수들이 이탈한 상황에서 구위를 앞세워 롯데 마운드를 지키고 있는 최이준. 롯데자이언츠 제공
최근 하위권으로 처진 롯데 자이언츠에 새로운 얼굴들이 가뭄 속 단비처럼 등장해 팀을 지탱하고 있다. 시즌 전 구상에는 없던 선수들이 1군 마운드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2군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다.
지난 18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롯데 2선발 제레미 비슬리는 2회까지 한화 강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호투했다. 하지만 3회초를 넘기지 못했다. 3회초에만 3실점하며 급격히 흔들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지러움증을 호소했다. 1사 2루 상황. 한화 주장 채은성의 타석에서 롯데는 비슬리를 내리고 현도훈을 올렸다. 올 시즌 1군 무대 첫 등판이자 2024년 8월 30일 이후 596일만의 1군 마운드였다.
몸 풀 시간도 없이 마운드에 올라온 현도훈은 침착하게 공을 던졌다. 첫 타자 채은성에게 유격수 땅볼을 이끌어냈고, 2사 2루에서 이도윤을 투수 땅볼로 잡아냈다. 6회까지 안정적인 투구는 이어졌다. 현도훈은 3과 3분의 2이닝 동안 2피안타 무실점으로 한화 타선을 막았다. 주말 2연패에도 롯데가 얻은 유일한 수확이었다.
현도훈은 2017년 독립리그 파주 챌린저스에 입단한 뒤 2018년 육성선수로 두산 베어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두산에서 뛰다가 방출됐고 2023년 롯데 유니폼을 입었지만 3년째 1군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하지만 프로 9년차를 맞은 올 시즌은 달랐다. 지난달 20일 퓨처스리그 개막전인 울산 웨일즈전에 선발 등판해 6과 3분의 1이닝 무실점 투구를 펼치며 자신을 알렸다. 이후 1군 무대에서도 갑작스레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18일 경기 이후 현도훈은 “운이 잘 따른 날이었다. 1군에 오면 긴장도 되고 흥분도 되는데, 모든 감정을 배제하고 기계처럼 해보자고 마음먹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마운드를 내려오는데 김태형 감독님께서 나이스 피칭이라고 해주셨다”고 웃어보였다.
2군 신화를 쓰고 있는 건 현도훈 뿐만이 아니다. 2020년 12월 kt에서 트레이드 돼 온 최이준도 마운드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16일 LG전에서 2실점 하기 전 까지 3경기 무실점 행진으로 ‘믿을맨’ 역할을 톡톡히 했다.
최이준은 지난 7일 kt전에서 616일만에 1군 무대를 밟았다. 어깨 부상 탓에 그의 마지막 1군 등판은 2024년 7월 30일이었다. 1년 9개월만의 등판에서 최이준은 국가대표 4번타자 안현민을 상대로 152km 직구로 삼진을 잡아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최근 LG, 한화전에서 실점을 하긴 했지만 5경기에서 4와 3분의 1이닝을 던지며 불펜의 한 자리를 맡고 있다.
현도훈과 최이준은 시즌 전 불펜 핵심으로 거론된 선수들이 대거 이탈한 상황에서 롯데 마운드 운영에 숨통을 트이게 하고 있다. 롯데는 필승 계투조로 역할이 기대됐던 윤성빈, 정철원, 쿄야마가 부진으로 2군에 가며 불펜 누수가 심각한 상황이다. 현도훈은 박준우와 함께 쿄야마를 대신해 팀이 뒤진 상황에서 ‘추격조’로 불펜의 짐을 나눠질 것으로 보인다. 최이준은 150km가 넘는 직구를 무기로 승부처마다 중용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