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신임 정점식(왼쪽) 원내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 총회에서 장동혁 대표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6·3 지방선거 패배 이후 치러진 국민의힘 새 원내대표 선거에서 당권파로 분류되는 정점식(3선·경남 통영·고성) 의원이 선출됐다. 선거 패배 이후 당 안팎에서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의원들이 새 얼굴 대신 구주류 당권파를 택하면서 당내에서는 과감한 개혁이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이 나온다. 직전 선거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는 정 의원이 원내 지휘봉을 잡으면서 장동혁 대표 사퇴론도 일정 부분 동력을 잃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정 신임 원내대표는 1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 결선 투표에서 총투표수 103표 중 55표를 얻어 48표를 얻은 4선의 김도읍 의원(부산 강서)을 제치고 승리를 차지했다. 함께 선거에 참여한 성일종 의원(3선·충남 서산·태안)은 1차 투표에서 떨어졌다.
정 신임 원내대표는 ‘공안통’ 검사 출신으로 2019년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한 뒤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동문이자 사법연수원 동기인 그는 윤 전 대통령 재임 시 당내 친윤계(친윤석열계) 핵심 중 한 명으로 꼽혔다. 윤석열 정부 시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정책위의장 등을 지냈고, 윤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던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2024년 8월 국민의힘 대표로 취임하자 정책위의장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장동혁 지도부에서 다시 정책위의장을 맡아 6·3 지방선거를 치렀다.
정 신임 원내대표는 당선 인사에서 “당의 운명을 가를 이 중대한 시기에 저를 원내대표로 선출해 주신 의원님들의 뜻을 가슴 깊이 새기겠다”며 “저에게 던져주신 한 표는 저 개인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국민의힘을 다시 세우고 무너진 국민 신뢰를 회복하라는 준엄한 명령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경쟁을 뒤로 하고 모두 국민과 당을 위해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신임 원내대표는 “우리에게는 계파도 분열도 대립도 있을 수 없다”며 “오직 민심을 받드는 하나의 국민의힘만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약속대로 특정 세력의 목소리에 결코 휘둘리지 않겠다”며 “의원 한 분 한 분의 지혜와 역량을 한데 모으는 의원총회의 집단지성을 원내 운영의 절대적 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정 신임 원내대표가 계파와 분열은 없다고 강조하고 나섰지만 당 내부에서는 이번 선거로 당권파의 결집이 여전하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선거 패배 이후 보수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 속에서도 ‘도로 친윤당’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평가다. 앞서 당 안팎에서는 새 얼굴을 통한 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지만 결국 구주류 당권파가 원내 지휘봉을 잡았다. 특히 6·3 지방선거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패배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정 의원이 선출되면서, 장동혁 대표를 향한 사퇴론도 동력을 일정 부분 잃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 신임 원내대표는 선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장 대표의 거취 문제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기본적으로 원내대표의 권한은 제한돼 있다”며 “의원들의 의견을 듣고 중진 의원들의 말씀도 소중히 들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당 일각에서 제기된 ‘도로 친윤당’ 우려에 대해서는 “그런 지적을 뼈아프게 받아들이겠다”며 “친윤이라는 계파 자체가 지금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외부에서는 그런 시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원내 운영과 당 운영에 더 신경쓰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당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과감한 변화가 필요한데 정 의원이 선출되면서 과감한 개혁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선거에서 패배했음에도 여전히 강성 지지층에 기대는 사람들이 많이 남아 있다는 걸 보여주는 안타까운 결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