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바닷물과 따뜻한 공기가 만나 발생한 해무가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의 초고층 빌딩 사이로 밀려들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해무는 왜 여름철 부산에서 자주 목격될까?’
광안대교나 마린시티 등 부산의 주요 상징물을 가리며 화제가 되는 여름철 해무는 먼바다의 따뜻한 공기가 계절풍을 타고 차가운 연안수와 만나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천리안 해양위성 2호의 관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부산의 여름철 해무는 연안의 차가운 해수와 고온다습한 여름 공기가 만나 발생하는 해양기상 현상이라고 밝혔다. 이번 분석에는 2022년부터 2026년까지 5년간 매년 7월 초 부산 주변 해역의 해수면 온도와 기온 자료 등이 활용됐다.
KIOST 해양위성센터에 따르면, 부산 먼바다에는 대한해협을 지나 동해안을 따라 북상하는 따뜻한 ‘동한난류’가 흐르고, 연안에는 상대적으로 차가운 바닷물이 위치한다. 7월 초 계절풍이 남동풍으로 바뀌면 고온다습한 공기가 바람을 타고 차가운 연안 해수면 위로 이동하는데, 이 과정에서 공기가 급격히 식으며 수증기가 응결되는 ‘이류 해무’가 발생한다. 7월 초 부산 해역이 차가운 바닷물과 따뜻하고 습한 바람이라는 이류 해무의 성립 조건을 갖추는 이유다.
다만, 해무의 발생 시기와 양상은 매년 해양·기상 조건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2024년에는 바다와 대기의 온도 차 조건은 갖춰졌으나 강한 바람이 대기를 뒤섞어 위성 영상으로 해무를 직접 식별하기 어려웠다. 지난해에는 해무 형성 조건이 부산 근해에만 국한되고 바람도 약해 국지적으로 작은 규모의 해무가 형성됐다.
이 시기 SNS에는 해무가 덮인 부산 도심 사진이 잇따라 올라온다. 누리꾼들 사이에선 ‘영화 같다’, ‘몽환적이다’라는 반응이 이어지며 눈길을 끈다.
이처럼 해무는 도심에서는 이색적인 볼거리이지만, 해상에서는 시야를 수 미터 안팎으로 좁혀 선박 운항과 해양 레저 활동의 안전을 위협한다. 이에 따라 짙은 해무가 끼는 날에는 해상 활동 전 기상 정보를 확인하고, 항해 시 속도를 줄이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
박명숙 KIOST 해양위성센터 박사는 “해무는 바다와 대기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을 보여주는 사례다”며 “우연처럼 보이는 현상도 여러 해의 관측 자료를 분석하면 과학적 패턴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기후위기로 우리 바다의 수온과 해류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해무를 비롯한 연안 해양 현상의 양상도 달라질 수 있다”며 “그만큼 바다를 지속적으로 관측하고 그 변화를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일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