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김해국제공항 활주로에 항공기가 이동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기업들이 설립하고 부산 시민이 키운 에어부산이 20년 만에 진에어에 흡수 합병돼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남부권 관문공항인 가덕신공항 개항을 앞두고 부산시가 기존의 거점 항공사조차 지키지 못했다는 책임론이 거세다. 국가균형발전과 북극항로 시대의 인프라를 위해 통합 저비용항공사(LCC) 본사의 부산 유치만큼은 반드시 사수해야 한다는 여론도 다시 결집될 전망이다.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에어부산과 진에어, 에어서울은 지난 21일 각각 이사회를 개최해 3사 간 합병을 승인하고 합병 계약을 체결했다. 진에어가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흡수 합병하는 방식이다. 3사는 오는 12월 각각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합병안을 승인한 뒤 항공사업법상 합병 인가 등을 거쳐 내년 3월 17일 통합 진에어 출범을 목표로 한다.
이번 합병은 진에어의 모회사인 대한항공과 에어부산·에어서울의 모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 따른 후속 절차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한 ‘통합 대한항공’은 오는 12월 17일 먼저 출범한다. 아시아나항공의 에어부산(58.40%)과 에어서울(100%) 지분은 대한항공에 포괄 승계될 예정이다. 진에어는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자산과 부채, 권리의무, 고용과 법적 지위를 승계하게 된다.
통합 진에어가 출범하면 부산 거점의 에어부산은 20년 만에 소멸된다. 에어부산의 시작은 2007년 8월 설립된 부산국제항공이다. 남부권 신공항의 거점 항공사 역할과 시민 항공편 이용 편의 증진, 지역 일자리 창출을 위해 부산 상공계 주도로 지역 항공사 설립을 추진한 성과였다. 2008년 2월 아시아나항공 투자와 함께 에어부산으로 이름을 바꿨고, 부산시도 주주로 참여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에 따라 예견됐던 에어부산의 흡수 합병이 공식화되면서 부산시가 치밀한 전략 없이 소극적으로 대응해 지역 자산인 거점 항공사를 지키지 못했다는 책임론이 나온다. 가덕신공항 개항을 앞두고 시가 명확한 명분과 방향을 갖고 총력 대응해야 했지만, 분리 매각과 통합 LCC 본사 유치, 신생 항공사 설립 등 여러 요구들을 결집하지 못한 채 골든 타임을 흘려 보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역 상공계와 시민사회는 연내 첫 삽을 뜰 가덕신공항이 제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거점 항공사가 필수라고 보고 통합 LCC 본사의 부산 유치를 요구한다. 전재수 부산시장도 취임 전인 지난 6월 부산상공회의소 초청 간담회에서 “통합 LCC 본사는 트라이포트 부산의 인프라이기도 하다”며 “대한항공 경영진에 적극 요청해 부산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시는 에어부산 이사회에서 합병 과정에서 에어부산이 지역 상공계가 참여해 설립됐고 부산 시민들의 상실감도 크다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통합 본사 부산 유치를 포함해 에어부산이 갖고 있던 거점 항공사 기능이 최대한 유지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신공항과 거점항공사추진 부산시민운동본부 박재율 상임대표는 “정부의 무관심과 부산시의 소극적인 대응 속에 에어부산과 진에어·에어서울 통합이 공식화됐지만, 거점 항공사 확보는 가덕신공항은 물론이고 지역균형발전과 해양수도권, 북극항로 개척을 위해 국가적으로 중요한 과제”라며 “범정부적인 노력과 함께 부산시가 민선 9기의 핵심 의제로 삼고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