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오면 50가지 정도는 해볼 수 있는 도시가 됐으면 합니다. 5가지를 하려면 2박 3일, 7가지를 하려면 3박 4일을 머물게 되는 거죠.”
부산관광공사 이정실 사장은 외국인 관광객 500만 명 시대를 바라보는 부산 관광의 다음 목표로 ‘체험’을 꼽았다. 낮에는 바다에서 해양레저를 즐기고 저녁에는 영화와 관련된 식당에서 음식을 먹는 식으로 관광객의 하루를 여러 경험으로 채우겠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부산이 체험형 관광에 유리한 도시라고 봤다. “로마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하지만 부산은 계속 변하는 도시”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감천문화마을과 자갈치시장, 마린시티처럼 과거와 현재, 미래의 풍경이 한 도시에 공존하고 산과 강, 바다를 가까운 거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사장이 처음 취임한 것은 코로나19 여파가 이어지던 2022년이었다. 가장 먼저 세운 목표는 무너져가던 지역 관광생태계를 지키는 일이었다. 관광객이 끊기면서 관광·서비스업 종사자들이 다른 업종으로 빠져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오히려 코로나19가 끝나는 시점이 부산 관광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2022년 5월 직원들에게 ‘사실상 코로나가 끝났다고 생각하고 준비하자’고 주문했다. 멈췄던 시티투어버스 운전기사를 다시 모집하고 온라인에 머물던 해외 마케팅과 로드쇼도 오프라인으로 돌렸다.
이 사장은 당시 상황을 쇼트트랙에 빗댔다. 그는 “쇼트트랙은 직선에서는 순위가 잘 바뀌지 않고 커브에서 바뀐다”며 “관광도 모두가 다시 출발선에 서는 변동의 시기가 2022년이라고 봤다. 그때 얼마나 빨리 준비하느냐에 따라 이후가 달라진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현재 부산 외국인 관광객 증가세 역시 어느 한 사업의 결과로만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364만 명으로 처음 300만 명을 넘어섰고, 올해는 7월까지 292만 명이 방문했다. 이 사장은 “부산관광공사나 부산시 한 곳이 잘해서 관광이 성장한 게 아니다”며 “관광기업뿐 아니라 도시를 깨끗하게 관리하고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들, 관광객을 열린 마음으로 맞아준 시민들이 각자의 역할을 해준 결과”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관광 정책은 단기간의 성과보다 ‘축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식 관광을 사례로 들며 “한 해 사업을 하고 끝냈다면 부산이 지금처럼 미식 도시로 자리잡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관광 정책은 시행하고 3~4년이 지나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일관성 있게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산관광공사 내부에 ‘우리가 하는 행동이 부산 관광의 역사’라는 문구를 붙여놓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관광객이 늘어난 만큼 앞으로는 ‘누구를 부산으로 데려올 것인가’도 더 세밀하게 나눈다. 공사는 중화권과 일본, 동남아, 구미주 등으로 시장을 구분해 관광객 특성에 맞춘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변화가 비짓부산패스다. 이 사장은 “일본 20~30대 여성을 위한 뷰티패스나 부산을 다시 찾는 대만 관광객을 위한 상품처럼 관광객 특성에 따라 다양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을 넘어 인근 도시까지 가맹점을 확대하는 등 ‘시장의 다변화와 지역의 광역화’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지난해 부울경 전담여행사 10곳과 30개 광역 상품을 통해 1205명을 유치했고, 부산과 경주·울산·남해 등 8개 도시를 연결한 광역 관광 상품에는 5500명 이상이 참여했다.
남은 임기 동안에는 해양관광 체험을 늘리는 동시에 공사의 전문성을 높이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국가와 시장별 관광 흐름을 깊게 이해하는 ‘일본통’ ‘중국통’ 같은 전문가를 내부에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그의 임기는 2028년 2월까지다.
이 사장은 “시민들이 자기 도시를 사랑하는 만큼 외국인 관광객도 그 도시를 사랑하게 된다”며 “도시를 깨끗하게 하고 관광객을 반갑게 맞는 작은 실천부터 부산만의 재미있는 체험을 계속 만드는 것까지 관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