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과학기술원(UNIST) 캠퍼스 전경. UNIST 제공
울산과학기술원(UNIST) 부설 영재학교를 놓고 울산시교육청과 경남도교육청이 유치 경쟁에 나섰다. 영재학교가 없는 두 지역이 우수 인재의 역외 유출을 줄이고 첨단산업과 연계한 인재 양성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맞붙은 것이다.
11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조용식 울산교육감은 지난 6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UNIST 영재학교 공모 참여를 공식화했다. 조 교육감은 “철학과 소신을 너무 강하게 앞세우면 안 되는 문제”라며 “개인적인 신념보다 지역 교육에 필요한지 여부를 놓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전교조 울산지부 집행부 시절 경쟁 중심 교육을 비판해 온 기존 행보와는 결이 다른 결정이다.
울산교육청은 울산과학고 전환 대신 별도 영재학교를 세우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현재는 정원 72명 전체에 울산 학생이 지원할 수 있지만, 영재학교로 전환하면 지역 학생 선발 비율이 제한돼 울산 학생 몫이 18명(정원 60명의 30%) 수준으로 대폭 줄기 때문이다. 조 교육감은 “울산의 우수한 학생들이 갈 곳을 없애는 것은 오히려 마이너스”라고 말했다. 이에 울산교육청은 울산미용예술고를 울산여상으로 통합하는 것을 전제로, 미용예술고 부지를 영재학교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남교육청은 일찌감치 진주 경남과학고를 영재학교로 전환하는 방안을 내놓고 유치 준비에 나섰다. 우주항공 분야 특화 교육과정을 도입하고 ‘영재학교-경상국립대-우주항공산업’으로 이어지는 인재 양성 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지난 2일에는 공청회도 마쳤다. 기존 학교 시설을 활용하는 만큼 2029년 3월 개교 일정을 맞추기도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평가다.
울산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미용예술고와 울산여상의 통합 목표 시점은 2031년 3월로, 정부의 영재학교 개교 목표(2029년 3월)보다 2년 늦다. 통합에 필요한 공유재산 심의안도 아직 울산시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조 교육감은 개교 시점 문제는 기술적으로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울산 지역 내 다른 통폐합 학교를 1년가량 임시로 사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학교 건물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넘겨야 하고, 연간 60억 원 이상의 운영비를 교육청과 울산시가 나눠 내야 하는 재정 부담도 변수다.
지역 정치권에서도 힘을 보태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영재학교 설립 근거를 담은 ‘울산과학기술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국민의힘 김기현(울산 남구을) 의원은 11일 “교육청이 이제라도 함께 뜻을 모은 것은 다행”이라며 “경남 등 다른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뒤늦게 뛰어든 울산은 두 배, 세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기존 과학고가 아닌 미용예술고 부지를 활용하는 점과 개교 일정이 유치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교육청과 울산시, 정치권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모는 영재학교가 없는 울산·경남 등 7개 시도를 대상으로 하며, 과기정통부는 16일 신청을 마감한 뒤 11월 평가와 12월 심의를 거쳐 3곳 안팎을 최종 지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