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부산시의회 강무길(왼쪽) 의장을 비롯한 시의회 의장단과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만나 차담회를 가졌다. 부산시의회 제공
국민의힘이 다수를 차지한 부산시의회 의장단이 지역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무소속 한동훈 의원(부산 북갑)과 차담회를 가진 것을 두고 국민의힘 중앙당이 회동 사유와 전후 사정을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속 정당을 떠나 지역 국회의원과 시의회가 국비 확보와 현안 해결을 위해 협의하는 것은 통상적인 의정 활동이라는 점에서 중앙당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역 정치의 자율성을 제약하는 과도한 개입이자, 부산에서 영향력을 넓히는 한 의원을 겨냥한 ‘견제구’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12일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부산시의회 강무길 의장은 지난달 한 의원과의 차담회 이후 국민의힘 중앙당 관계자로부터 회동 경위와 전후 사정 등을 묻는 연락을 받았다. 강 의장은 “한 의원이 시의회를 다녀갔는데 어떻게 된 것이냐는 취지의 연락이었다”며 “부산 발전을 위해 찾아오는 정치인이라면 여야를 막론하고 의장으로서 만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 의원은 지난달 17일 부산시의회를 찾아 기자단 인터뷰를 한 뒤 시의회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을 만나 30분가량 차담회를 가졌다. 한 의원 측이 먼저 만남을 요청했고, 이후 일부 시의원들과 점심 식사도 함께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중앙당이 지역구 국회의원과 시의회의 만남까지 확인한 것을 두고 과도한 개입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공식적인 경고는 아니더라도 회동 경위를 따로 확인한 것 자체가 시의회에 정치적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역 국회의원이 시의회를 찾아 의장단이나 상임위와 현안을 논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특별한 정치적 발언이 나온 것도 아닌데 당적을 이유로 전후 사정까지 파악하는 것은 지역 정치의 자율성을 제약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부산시의회는 정당을 가리지 않고 지역 정치권과 현안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인 박홍배 의원도 시의회 의장단과 간담회를 추진했고, 일정 문제로 미뤄졌지만 의장실은 요청을 수락했다.
이 때문에 중앙당의 이번 움직임은 최근 존재감을 키우는 한 의원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 의원은 부산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데다 국민의힘 소속 일부 국회의원과 시의원들이 ‘친한계’로 분류되면서 지역 내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당권파가 한 의원의 복당에 부정적인 상황에서 한 의원과 국민의힘 소속 지역 정치인들의 접촉 자체가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총선을 앞둔 지역 정치권으로서는 국비 확보와 지역구 현안 해결을 위해 소속 정당을 넘어 협력할 필요가 있는 만큼, 중앙당의 정치적 셈법과 지역 정치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