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하구청의 예산부족으로 전선 지중화 사업이 중단된 하단동 낙동대로 516번길 일대.
재정난에 바진 기초지자체들이 사업 축소와 채무 부담 사이에서 고육지책을 짜내고 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따른 복지비 부담 등이 커지는 구조에서, 일시적인 긴축 재정만으로는 위기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지적이 높다.
■주요 사업 줄줄이 차질
12일 부산 지역 기초지자체들에 따르면 각 구·군 대부분이 재정난에 지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사하구청은 전선 지중화 사업에 필요한 구비 약 20억 원을 확보하지 못한 데 이어 보훈회관 건립을 위해 편성했던 약 30억 원도 전액 삭감했다. 보훈회관은 당장 짓지 않고 향후 구비 부담이 없는 다른 국·시비 사업에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계획을 수정 중이다.
이 같은 현상은 재정 비상사태를 선포한 남구와 사상구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남구청은 주민들의 행정 서비스 확대를 위해 추진하던 76억 규모의 문현4동 복합청사 건립 사업을 중단하고, 다른 사업에 쓰기로 재편성한다. 지역 숙원인 백운포 쓰레기 선별장 지하화 사업은 지방채 약 40억 원이 발행돼야 이어갈 수 있다.
남구청이 추진 중인 주요 투자사업 22건의 총사업비는 약 3200억 원으로, 구청은 향후 4년간 매년 구비 약 200억 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상구청이 야심차게 추진하던 부산 최초 구립 치매전담요양시설 사업 예산은 올해 전액 삭감됐다.
■지방채 발행 반발도
재정 악화가 심해지자 일부 지자체들은 재정 비상사태를 선포한 데 이어 지방채 발행도 앞다퉈 나서고 있다. 사하구는 올해 약 38억 원의 지방채 발행 승인을 받았다. 남구청도 약 88억 원 규모 지방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부 지자체의 재정 비상사태 선포가 ‘모라토리엄’(채무 지급유예)이나 법정 재정위기로 보기는 어렵기에 재정난을 과도하게 부각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기초지자체들이 겪는 어려움은 채무를 갚지 못하는 지급불능 상태라기보다 해마다 쓸 수 있는 가용재원이 줄어드는 데 가깝기 때문이다. 지방재정법 시행령에 따르면 재정위험은 통합재정수지와 예산 대비 채무비율 등 여러 지표를 종합해 판단한다. 특히 예산 대비 채무비율이 25%를 넘으면 '재정주의단체' 지정 기준에 해당하지만, 부산지역 기초지자체 중 이 수준에 이른 곳은 없다.
이 때문에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한 지방채 발행을 놓고도 구청과 의회 간 시각차도 나타난다. 남구청은 오는 12월 지방채 발행을 위해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남구의회에서는 빚을 내기보다 기존 사업의 예산과 우선순위를 조정해 재정을 안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인구 줄고 복지비용 치솟는 악순환
그럼에도 더 큰 문제는 지자체들의 재정 압박이 단기간에 끝나기 어렵다는 점이다. 부산의 주민등록 인구는 2020년 말 약 339만 2000명에서 지난달 322만 9500명으로 16만 명 넘게 줄었다. 같은 기간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약 66만 명에서 약 85만 명으로 늘어났다.
인구 감소는 지역의 경제활동과 소비 기반을 위축시켜 세입 여건을 악화시키고, 고령화는 복지지출을 늘린다. 이미 진행 중인 투자 사업들까지 고려하면 앞으로 지자체가 부담할 돈이 더 늘어난다.
사하구청 기획실 관계자는 “사하구는 기초연금 규모만 한 해 2000억 원이 투입되는데 구비 부담금이 1%만 늘어도 20억이 더 들어가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도로 유지보수나 하수도 정비처럼 기초시설에 필요한 부분만 반영하고, 큰 투자사업은 사실상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재정 구조를 바꾸려면 지출 조정과 세입 확충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연구원 박충훈 책임연구위원은 “지역 중소상인들을 통한 부가가치세는 일부를 지방소비세 형태로 지자체가 직접 받을 수 있도록 하거나 광역시세수인 주민세 일부를 지자체 세입으로 전환하는 등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사진=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