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자력발전소 전경. 한수원 제공
국내 원자력발전소(원전) 시설에 대한 드론 안보 위협이 날로 고도화되면서 촘촘한 드론 방호체계 구축이 필수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한수원 고리본부·월성본부·한울본부·새울본부·한빛본부 등 국내 5개 원전 본부 가운데 4곳이 드론 대응 장비로 RF스캐너와 휴대용 재머(Jammer·전파 교란 장치)만 갖추고 있는데다 드론 유형별 성능시험 조차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레이더·EO/IR(전기광학·적외선) 카메라·고정형 재머로 구성된 복합 탐지체계인 통합장비는 월성본부 단 1곳만 도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무선 신호를 쓰지 않아 탐지와 재밍이 모두 통하지 않는 광섬유 드론 개조 키트가 국내 쇼핑몰에서 팔리는 등 드론 안보 위협은 커지고 있지만, 장비 고도화는 아직 실시설계 단계에 머물러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부산 사하을)은 13일 원자력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드론 방호체계에 대한 이 같은 총체적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책을 주문했다.
조경태 의원실이 FPV(1인칭 시점) 드론, 자율비행 드론, 군집 공격 등 원전에 접근할 수 있는 드론 8개 유형별로 탐지·대응 시험 결과를 요구하자 원안위는 “한수원에서는 드론 유형별 시험을 별도로 실시한 바는 없으나 다른 장비가 이를 보완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고 답했다. 시험은 해 보지 않았지만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장의 장비 사정도 열악하다.
레이더·EO/IR(전기광학·적외선) 카메라·고정형 재머로 구성된 복합 탐지체계인 통합장비는 올해 6월 월성본부에만 도입됐다. 월성원전에는 올해 레이더 4대와 EO/IR 카메라 2대, 사거리 약 3km의 고정형 재머 장비 2대가 설치됐다.
고리·새울·한울·한빛 등 나머지 4개 본부는 RF(무선주파수)스캐너와 재밍 범위 약 500m의 휴대용 재머가 전부다. 그러나 RF스캐너는 드론과 조종기 사이의 통신신호를 잡는 방식이어서, 좌표를 입력해 스스로 날아오는 자율비행 드론 등은 레이더로 탐지해야 한다는 것이 원안위 설명이다. 해당 레이더는 월성에만 있다. 다른 원전으로 언제 확대할지에 대해서도 원안위는 “월성 장비의 효과를 먼저 본 뒤 검토할 예정”이라는 한수원 입장을 전하는 데 그쳤고, 구체적인 일정은 내놓지 못했다.
한수원 월성원자력본부가 지난 9월 21일 본부에서 경북지역 유관기관 관계자 4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통합 대드론 방어체계 시연' 현장 모습. 월성본부 제공
새로운 위협은 이미 가까이 와 있다. 가는 광섬유를 풀며 날아가는 ‘광섬유 드론’은 무선 신호를 쓰지 않아 RF 탐지와 재밍이 모두 통하지 않는다. 조경태 의원실이 국내에서 접속 가능한 쇼핑몰 3곳을 검색한 결과, 기존 드론을 광섬유 드론으로 바꾸는 개조 키트 등 관련 상품이 100개 이상 판매되고 있었다.
반면 대응 수단은 제자리다. 무력화 장비는 모두 재머 방식이라 광섬유 드론에는 통하지 않는데, 장비 고도화는 아직 실시설계 용역 단계에 머물러 있다. 원안위는 사업자 혼자 막기 어려운 드론에 대해서는 “상황에 따라 군(軍)의 주도적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원전 물리적방호의 1차 책임은 법에 따라 원자력사업자에게 있고, 사업자가 어떤 드론까지 막을 수 있는지는 아직 시험으로 확인된 적이 없다고 조 의원은 설명했다.
조 의원은 “드론은 해마다 고도화되는데 원전 4개 본부의 방호체계는 여전히 RF스캐너와 휴대용 재머뿐이고, 드론 유형별 성능시험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원전은 한 번 뚫리면 되돌릴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어 “원안위는 ‘막을 수 있다’는 말이 아니라 실제 시험 결과를 근거로 방호체계를 승인해야 한다”며 “광섬유 드론 같은 새로운 위협의 설계기준위협 반영 여부를 점검하고, 장비가 갖춰질 때까지 공백을 메울 대책을 사업자에게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국회 과방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남국(경기 안산갑)과 한수원 등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5년 8개월 동안 전국 원전 주변에서 탐지된 불법 드론은 867건으로 집계됐다. 원전별로는 고리원전(부산 기장)이 336건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한울원전(경북 울진) 188건, 월성원전(경북 경주) 183건, 새울원전(울산 울주) 91건, 한빛원전(광주전남 영광) 69건 순이었다. 전국에서 탐지된 867건 가운데 조종자가 확인된 것은 544건으로, 나머지 323건은 누가 어떤 목적으로 드론을 띄웠는지 확인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