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스포츠 꿈나무들의 축제인 ‘제53회 전국소년체육대회’가 나흘간의 열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전라남도 일대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서 부산 선수단은 2001년 부산대회 이후 역대 최다인 93개의 메달을 수확하는 쾌거를 일궈냈다. 특히 유일한 다관왕이 탄생한 수영에서 20개 가까운 메달을 따내며 돋보이는 성적을 거뒀다.
한동안 부진했던 단체종목에서도 약진했다. 축구 남중부는 17년 만에 우승, 남자초등부도 준우승을 차지하며 오랜만에 메달을 안겼고, 펜싱 단체전에서도 메달 소식을 전해왔다. 골프도 4개 종목 모두에서 금·은메달을 목에 걸며 선전했다.
반면, 기초종목인 육상에서는 예상보다 적은 메달을 수확했고, 양궁·복싱 등 금메달이 확실시되던 몇몇 종목에서도 막판 메달 색깔이 바뀌며 아쉬움을 남겼다.
28일 폐막한 이번 소년체전에서 부산 선수단은 금 16개, 은 30개, 동 47개 등 모두 93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종목별로는 수영에서 가장 많은 18개 메달이 나왔다. 금 6개, 은 4개, 동 8개를 수확한 가운데, 모전초등 박채운이 배영 50·100m에서 부산 선수들 중 유일한 2관왕을 달성했다.
태권도에서도 금 2개, 은 1개, 동 9개 등 지난해보다 많은 총 12개 메달을 획득하며 선전했다. 근대3종에서 5개(금 1, 동 4), 에어로빅에서도 5개(은 3, 동 2)의 메달을 안겼다.
수영과 함께 가장 많은 메달이 걸린 육상에서는 금 1개, 은 2개, 동 3개 등 총 6개 메달을 따는 데 그쳤다. 대회 첫날 높이뛰기에서 연산초등 정예림이 부산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긴 이후 육상에서는 금을 추가하지 못 했다. 다만 남중부 100m 이건호(대신중)와 여중부 800m 박교림(부산체중)은 한 살 많은 3학년 선배들을 상대로 동메달을 목에 걸며, 내년 대회 ‘우승 후보 0순위’로 떠올랐다.
부산 선수단은 대회 마지막 날까지 반가운 메달 소식을 전해왔다.
먼저 수영에서 나흘 연속 ‘금맥 캐기’에 성공했다. 남자초등부 개인혼영 200m에서 부산진구스포츠클럽 소속 박진현이 2분26초36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박진현은 전날 혼계영 200m에서도 역영을 펼쳐 부산선발팀의 은메달 획득에 기여했고, 앞서 자유형 200m에서도 동메달을 따냈다. 지난달 제주 한라배 전국수영대회(혼영 200m)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올 들어 기량이 급성장한 박진현은 이번 소년체전까지 연거푸 정상에 오르며 이 부문 국내 최강자로 떠올랐다.
남자초등부 자유형 50m에서는 분포초등 5학년 공건이 쟁쟁한 6학년 선배들과 경쟁해 2위(26초80)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전날 접영 50m에서 우승한 공건은 이번 대회 금 1, 은 1개를 수확하며 내년 대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골프에서는 마지막 날 한꺼번에 메달 4개(금 2·은 2)가 쏟아졌다. 남중부에서 전날 1라운드 공동 1위를 기록한 손제이·김태휘(이상 동아중)·박한솔(센텀중)이 2라운드 합계 288타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중부 윤다감(동아중)·김규빈·윤규리(이상 학산여중)도 1라운드 138타로 2위에 5타 차로 선두를 달린 데 이어 2라운드에서 2위 그룹의 추격을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남자초등부의 부산선발 김태영(구서초등)·박태양(해송초등)은 2라운드에서 타수를 줄이며 합계 305타로 경기 선발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했다. 1라운드에서 공동 2위를 달리던 여자초등부 강예서(대청초등)·송가은(용소초등)도 최종 합계 298타로 은메달을 획득했다.
단체 구기 종목에서도 오랜만에 금맥이 터졌다.
축구 남중부 부산 아이파크 U15 낙동중은 이날 오후 열린 결승전에서 전반에만 2골을 몰아치며 대구FC U15 율원중을 2-0으로 꺾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소년체전 축구 남중부에서 부산팀이 정상에 오른 건 2007년 장평중 이후 17년 만이며 낙동중의 우승은 이번이 처음이다.
낙동중은 이번 대회 결승까지 4경기를 치르는 동안 14득점 1실점으로 중등부 최강팀의 위력을 뽐냈다. 공격수 김지우는 전 경기에서 득점하며 6골을 기록했고, 주장 박주호도 5골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낙동중 임종욱 감독은 “중학교에 와서 처음 우승을 거둬 기쁘다”며 “제일 고생한 건 선수들이다. 힘든 여건에서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끝까지 열심히 잘해줬기 때문에 우승할 수 있었다”고 선수들에게 영광을 돌렸다.
축구 남자초등부에서는 부산팀으로 18년 만의 우승 도전에 나선 부산해운대FC U12팀이 경북 포항스틸러스 U12 포천초등과 결승 맞대결에서 아깝게 무릎을 꿇었다. 전반을 1-3으로 뒤진 채 마친 해운대FC는 후반 한 골을 만회하며 추격에 나섰지만 끝내 승부를 뒤집지 못하고 2-3으로 패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테니스 남중부 개인전에서 기대를 모았던 장준서(동래중)는 김시윤(울산제일중)에게 세트 스코어 0-2(2-6 3-6)로 패하며 은메달에 머물렀다.
복싱은 남중부에서도 은메달 2개를 추가했다. 모스키토급 배도협(부산체중)과 플라이급 박정민(카이안복싱체육관)이 나란히 준우승을 차지했다.
펜싱은 단체전에서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치며 은 2개와 동 1개를 추가했다. 남중부 플러레 결승에서 부산 영선중의 김건우·김범준·김찬경·윤우빈이 경기선발에 38-45로 패하며 2위에 올랐다.
남중부 에페 단체전도 부산선발 전호찬(제이콩펜싱클럽)·강대현·고원준·오승혁(이상 남산중)이 경기선발에 30-45로 경기를 내주며 은메달을 수확했다. 여중부 플러레 단체전에서는 재송여중 김성은·김주은·김태화·김하은이 4강 문턱을 넘지 못하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레슬링에서도 남중부 그레코로만형 60kg급 정태훈(부산체중)이 준결승에서 패하며 동메달에 만족했다.
이번 소년체전에서 부산 선수단은 23년 만에 최다 메달을 수확하며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금메달이 확실시되던 선수들이 전국대회의 부담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은·동에 머물면서 금메달 수는 지난해 22개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은메달과 동메달은 지난해보다 7개씩 많이 수확하며 메달 합계 기준으로 2001년(102개) 이후 최고 성적을 거뒀다.
특히 학교 운동부에 소속되지 않은 공공스포츠클럽 선수들도 금 2개, 은 1개, 동 2개 등을 수확하며 소년체육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봤다.
부산시교육청 곽정록 인성체육급식과장은 “예년에 비해 단체 종목에서 많이 선전한 덕분에 최근 들어 가장 많은 메달을 수확할 수 있었다”고 선수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며 “올해는 초등학교 5학년, 중학교 1~2학년 주축 선수들이 많았기 때문에 내년 대회가 더욱 희망적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