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즈음의 신인. 트레이드 이후 백업에서 주전으로. 시즌 커리어하이.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손호영(30)의 드라마 같은 사연이다.
손호영은 지난 11일 키움과 시즌 7차전에 나서며 또 하나의 개인 기록을 새로 썼다. 1군에서 37경기째 출전하며 2022년 LG 트윈스 시절 36경기를 넘어섰다. 출전이 늘다 보니 나머지 지표도 자연스럽게 신기록 행진이다. 이날 경기까지 131타수 43안타 5홈런 26타점 21득점 등 거의 모든 타격 부문에서 개인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이날 키움전 직전 덕아웃에서 만난 손호영은 올 시즌 활약에 대해 개막 초반 트레이드가 절호의 계기였다고 설명했다. 손호영은 “올 시즌 들어 제 성격이든 플레이 스타일이든 확 바꾸려고 마음먹었는데, 때마침 트레이드가 되면서 잘 적용된 것 같다”고 말했다.
LG 시절에는 잦은 부상으로 자리를 비울 때마다 불안감을 느끼며 조급해했지만 올해는 달라졌다. 그는 “최근에 부상을 당했을 때는 처음에만 잠깐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며 “불안해해봤자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에 마음을 편하게 먹었고, 코치님들이 잘 돌봐주셔서 금방 1군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손호영은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4월 2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첫 안타를 신고한 뒤 한 달 동안 타율 0.332의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그러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한 달 공백기를 가진 손호영은 이달 2일 NC 다이노스와 복귀전에서 멀티 2루타를 기록하는 등 여전히 뜨거운 타격감을 선보이고 있다. 11일 경기도 9회말 마지막 타석에서 2루타를 터뜨리며 4월 17일 LG전부터 이어진 연속 안타 행진을 22경기로 늘렸다.
타석에 들어설 때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손호영은 “스트라이크를 놓치지 말자는 마음은 강하다. 공을 보고 치면 늦기 때문에 ‘칠 수 있겠다’ 싶은 공이면 방망이가 나간다”며 “무조건 팀이 먼저라는 생각으로 상황에 맞는 배팅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부상 기간을 빼고 풀타임 출전은 올해가 처음. 힘이 부칠 법도 하지만 손호영은 “트레이너 파트에서 관리를 잘 해주시기 때문에 체력적인 문제는 없다”며 “오히려 꾸준하게 타석에 들어선 덕분에 다음 경기까지 타격감이 이어지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고 밝혔다.
올 시즌 손호영의 목표는 오로지 하나, ‘100경기 출전’이다. 그는 “튼튼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100경기 이상 나가고 싶은 마음뿐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손호영은 2014년 시카고 컵스 마이너리그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뒤 메이저리거 꿈을 이루지 못하고 2017년 방출됐다. 이후 독립구단 연천 미라클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다가 2020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3라운드 23순위로 LG 트윈스에 입단했다. LG에서 3년 동안 백업 내야수로 뛴 손호영은 올 3월 롯데 사이드암 유망주 우강훈과 1 대 1 트레이드를 통해 자이언츠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