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장기화로 공사비 상승이 예상되면서 공급가액이 정해진 기존 분양 아파트에 관심이 쏠린다. 공사 중인 부산 수영구 ‘써밋 리미티드 남천’ 현장. 정종회 기자 jjh@
중동 전쟁 장기화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사비 인상, 이에 따른 분양가 상승이 예상되면서 이미 공급가가 정해진 기존 분양 아파트들로 수요자가 몰리고 있다. 공사비 인상 후를 생각하면 지금이 가장 저렴하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급등한 분양가에 수억 원대 프리미엄까지 형성돼 거래되고 있다.
2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 베뉴브(우동 2구역 재개발·평당 3995만 원)’는 지난 14일 전매제한이 풀린 뒤 열흘여 만에 전 세대 666세대 중 약 24%가량이 손바뀜이 일어날 정도로 거래가 활발했다.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매 제한이 풀린 지 이제 2주가 지났을 뿐인데 현재 84타입의 경우 8000만 원에서 1억 3000만 원 정도, 99타입의 경우 7000만~1억 1000만 원가량의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해 분양한 아파트 중 두 번째로 분양가가 높았던 부산 해운대구 ‘르엘 리버파크 센텀’(평당 4410만 원) 역시 인기 평형대의 경우 최근 2억 원 이상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부산 역대 분양가 최고 기록을 갈아 치우며 분양가 5000만 원 시대를 연 부산 수영구 ‘써밋 리미티드 남천’(평당 5191만 원)의 경우도 인기 평형의 경우 분양권 프리미엄이 최고 2억 원까지 붙어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워낙 고가라 국평(전용 면적 84㎡) 가격이 15억~16억 원, 부산에서 가능한 금액이냐고 의아해 했는데, 추가로 상당한 프리미엄까지 얹혀졌다니 놀랍다”면서 “이제 겨우 땅을 파고 있는 아파트에 이 정도 프리미엄이면 입주 시에는 상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남천 써밋은 지난 2월 21일 전매 제한이 풀렸다.
평균 분양가가 평당 3100만 원으로 앞선 단지들보다 분양가도 저렴하고, 입주 시기도 더 가까운 부산 ‘동구 블랑 써밋 74’의 경우 고층은 아예 매물이 잠겼고 중간층도 1억 원대까지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건설 원가 상승은 곧 분양가 추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지금 가격이 가장 저렴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면서 “공사비 상승분 유입이 가속화되기 전, 이미 공급이 확정됐거나 입주가 가시화된 단지를 선점하려는 이들이 늘면서 분양권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에서 분양한 아파트 3.3㎡(평)당 평균 분양가는 3024만 원으로, 불과 4년 전인 2021년 1498만 원보다 2배 이상 높아졌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건설공사비 지수는 133.69로, 2020년을 100 기준으로 잡았을 때 33.69%가 상승했는데 중동 전쟁발 추가 공사비 상승이 점쳐지는 상황이다. 이미 롯데건설과 현대건설 등 시공사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 차질이 현실화하고 있다며 추가 공사비 반영을 요청했다.
이처럼 기존 분양 아파트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온기가 미분양 단지까지 전해지지는 않고 있다. 오히려 부산에서도 ‘똘똘한 한 채’ 선호에 따른 주거 인기·비인기 지역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동아대 강정규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사비 인상에 따른 부작용이라 할 수 있는 분양권 고가 프리미엄이 일부 상급지,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만 형성되고 있다”면서 “이처럼 격차가 벌어지면 부산에서도 입주 시기 평당 1억 원을 돌파하는 아파트가 나올 날도 멀지 않았다. 고분양가 논란과 부산 내 주택가격 부익부 빈익빈에 대한 논란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