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체제’ 출범 이후 당 소속 시도지사들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친윤(친윤석열) 성향의 유정복 인천시장은 시도지사들의 최고위원회의 참여를 요구하며 한 대표를 압박하고 나섰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총선을 망친 한동훈 체제에 당무 관여는 당분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책행보’로 대권 경쟁자인 한 대표 견제에 나섰고 박형준 부산시장은 ‘중립’ 행보로 거리두기를 하는 모습이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 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소속 시도지사들의 당 최고위원회의 참석에 대해 “당과 나라 발전을 위해 시도지사들의 역량, 지혜를 모아 나간다는데 당에서 이것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안 맞다”면서 “당헌에 그렇게 할 수 있도록 근거 규정이 다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시도지사협의회 회장인 유 시장은 시도지사들이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동훈 대표 비서실장인 박정하 의원은 지난달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최고위 참석 외 방법으로도 충분히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데 갑자기 광역단체장들이 최고위에 참석하겠다고 한다”며 “이상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는 시도지사들의 회의 참석이 한 대표 견제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드러난 반응이다.
실제로 국민의힘 소속 시도지사 가운데는 홍준표 대구시장 등 한 대표의 ‘불편한’ 관계인 인물이 있다. 다만 유 시장은 이런 분석에 대해 “12명의 시도지사 입장이 다 다른데 (한 대표를)견제나 지지할 수 있겠느냐”면서 “특정인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도지사들이 최고위원 회의에 참석할 경우 홍 시장 등은 한 대표에게 비판 발언을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홍 시장은 최근 SNS를 통해 “총선 망친 한동훈 체재를 반대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원들이 선택했기 때문에 당무관여는 당분간 유보한다”면서도 “지방정부가 잘될려면 중앙정치가 잘 돼야 하기 때문에 나라에 대한 걱정과 의견은 지속적으로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친윤 성향의 시도지사들이 한 대표 견제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에서 ‘대권 경쟁자’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여권 내부의 갈등과 거리를 두며 정책적 차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오 시장은 최근 자신의 소득보장 정책실험인 ‘안심소득’을 부각시키고 주택 정책인 ‘시프트’(SHift)의 ‘시즌 2인’ 신혼부부 반값 장기전세를 선보이는 등 정책 발표에 힘을 쏟고 있다. 그는 총선 이후 지역별 의원 오찬 모임을 갖는 등 지방 정치권과의 접촉도 강화해 대권주자로서의 면모를 강조하고 있다.
박형준 부산시당의 경우 여권 내부 갈등과는 거리를 두면서 중립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박 시장은 특히 지난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한동훈 당시 대표 후보의 면담 요청을 받아들여 중립 입장을 확실히 보여줬다. 당시 한 후보는 대구·경북(TK) 단체장들과의 면담이 취소되거나 거절돼 위기를 맞았으나 박 시장은 한 후보와 원희룡 후보를 모두 만나 중립을 지켰다. 이와 관련 부산시 관계자는 “지자체장이 당대표 후보 면담 요청을 거부할 필요는 없었다”면서 “오히려 만나지 않는 게 이상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오 시장과 달리 ‘대권 후보 경쟁’에서도 비켜있다는 분석도 있어 향후 한 대표와의 ‘협업’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