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호흡기 질환자나 고령자는 환절기가 반갑지 않다. 호흡기 질환은 같은 원인에 노출되더라도 연령, 기저질환, 개인의 감수성에 따라 병의 경중이 다양하다. 특히 폐렴은 2022년 기준 사망 원인 통계에서 암과 심혈관질환 다음 3위를 차지해 예방이 중요하다.
■폐렴 위험 요인과 예방법은
호흡을 하면 공기 속의 먼지와 미생물 입자가 기도와 폐포 포면에 들러붙는다. 인체에는 이에 대한 방어 기전이 있는데, 특히 호흡기에 있는 섬모와 점액층은 병원균과 다른 입자를 포획해 폐에 도달하지 못하게 하고 가래를 만들어 구강으로 이동하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노화가 진행되면 이와 같은 방어 기전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호흡 조절의 민첩성과 기침 반사 또한 줄어든다. 그 결과 흡인과 감염의 위험이 높아져 호흡기 질환에 취약해진다. 기저질환이 있거나 면역이 저하된 경우도 마찬가지다.
환절기 호흡기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습도를 유지하고 환기를 자주 해야 한다. 또한 코와 입, 눈 점막으로 미생물이 침투하지 않도록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과 함께 손을 자주 씻고, 손으로 얼굴을 만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폐렴은 호흡을 담당하는 폐실질에 염증이 발생한 상태를 의미한다. 대부분의 염증은 미생물인 세균(박테리아),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며 드물게 곰팡이나 기생충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동의의료원 호흡기센터 김준형 과장은 "폐렴은 원인이 다양한 만큼 특별한 예방법이 없지만, 생활 습관 관리와 예방 주사로 위험을 낮출 수 있다"면서 "특히 고령이나 기저질환자, 면역 억제자는 독감 예방접종과 폐렴구균 백신 접종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폐렴구균은 폐렴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균이다. 부비동염, 중이염, 수막염, 균혈증 등의 질환도 일으킨다. 국가는 국가필수 예방접종으로 65세 이상에 대해 독감(매년 1회)과 폐렴구균 백신(총 1회)을 지원한다.
■백신 종류와 접종 순서는
폐렴구균 백신은 크게 다당 백신(23가)과 단백결합 백신(13가, 15가) 두 종류로 나뉜다.
23가 다당 백신은 65세 이상 국가필수 예방접종에 사용되는 백신이다. 90가지 이상으로 알려진 폐렴구균의 혈청형 중 23종에 대응할 수 있다. 수막염이나 균혈증과 같은 침습성 감염과 중증 감염의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있지만, 폐렴에 대한 예방 효과는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면역 기억이 짧아서 접종 2~3년 이후 항체가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특히 노인, 만성질환자, 면역 저하자에서는 항체 생성이 낮고 생성된 항체도 더 빨리 감소하는 특징을 보인다.
이와 달리 단백결합 백신은 면역세포인 T세포까지 영향을 줘서 면역 기억이 오래 유지된다. 일반인은 70%, 기저질환자의 경우 45~50% 정도의 폐렴 예방 효과를 보여준다.
국내에서 단백결합 백신은 기존의 13가에 더해 올해부터 15가 백신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15가 백신은 13가 백신의 혈청형에 '22F, 33F' 혈청형이 추가됐다. 또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의 주 원인인 혈청형 3형에 대해 13가보다 우월한 면역 원성(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능력)을 보인다. 현재 대한감염학회는 성인 접종 대상자에게 15가를 13가보다 우선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김준형 과장은 "단백결합 백신의 면역 기억 효과를 고려하면 단백결합 백신(13가, 15가)을 우선 접종한 후 다당 백신(23가) 접종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다"면서 "국가필수 예방 접종(23가)을 이미 받았다면 1년 뒤에 단백결합 백신을 추가로 접종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65세 이상 외 접종 대상자는
65세 이상이 아니더라도 19~64세 성인 중에서 특정 기저질환을 갖고 있거나 면역이 저하된 경우 폐렴구균 예방 접종을 적극 권장한다.
접종 대상 기저질환은 만성심장질환(고혈압 제외), 만성폐질환, 당뇨병, 뇌척수액누출, 인공와우 이식 상태, 알코올중독, 간경변을 포함한 만성간질환, 흡연 등이다.
선천성후천성면역결핍증, HIV 감염증, 만성신부전, 신증후군, 백혈병, 림프종, 전신적인 악성종양, 거형장기이식, 다발성골수종, 장기간의 스테로이드 전신요법과 방사선치료를 필요로 하는 질환 등으로 면역이 저하된 경우도 접종 대상이다.
이밖에 겸상구 빈혈, 헤모글로빈증, 무비증 혹은 비장 기능 장애가 있거나 비장 제거술을 받은 사람 등 기능적 또는 해부학적 무비증(비장이 없는 질환) 환자도 접종이 필요하다.
동의의료원 호흡기센터 김준형 과장은 "국가필수 예방접종 때문에 폐렴구균 접종을 65세 이상에서 한 번만 맞으면 된다고 잘못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기저질환이 있거나 면역이 저하됐다면 65세 이전이라도 조기 접종해 예방 효과의 이득을 장기간 누리는 것이 현명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