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 건설 공사비가 가파르게 상승하며 주요 대형 건설사 매출 원가율이 평균 9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치솟는 공사비에 건설사와 발주처 간 공사비 증액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거나 소송전을 벌이는 일도 빚어진다.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2024년 시공능력평가 상위 건설사 중 현대건설과 금호건설은 지난해 매출 원가율이 각각 100.6%와 104.9%로 집계됐다. 매출 원가율은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매출 원가의 비율로, 이 비율이 100%를 넘었다는 것은 회사가 벌어들인 돈보다 지출한 돈이 더 많다는 의미다.
현대건설은 연결 기준 작년 한 해 잠정 1조 2209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23년 만의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금호건설도 1818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 원가율이 91.2%로 집계된 대우건설은 지난해 영업 이익(4031억 원)이 전년 대비 39.2% 감소했다. GS건설의 매출 원가율은 91.3%, HDC현대산업개발은 90.9%로 집계됐다. 삼성물산 건설부문(89.4%)과 DL이앤씨(89.8%)도 90%에 육박했다.
금호건설을 제외한 나머지 6개 기업은 모두 시공능력평가 상위 10위에 속하는 기업들로, 이 6개 기업의 매출 원가율은 평균 92.2%다. 이밖에 동부건설 약 97%, 두산건설 91.2%, 삼성E&A 84.9% 등으로 나타났다.
건설사들의 매출 원가율이 오른 것은 공사비 상승이 주요 원인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터지며 원자잿값과 인건비 등 주요 비용들이 모두 큰 폭으로 올랐다. 이에 따라 건설 공사비 지수는 2020년 12월 102.04에서 지난해 12월 130.18로 27.6% 상승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박철한 연구위원은 “매출원가율은 2017~2020년 약 85~87%였는데 90%를 넘어가는 것은 꽤 높은 것으로 볼 수 있고, 건설사들이 수익을 낼 여지가 좁아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건설 공사비 상승은 건설사들의 공사비 증액으로 이어지며 일부 현장에서는 분쟁과 소송전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두산건설과 코오롱글로벌은 2019년 공동 수주한 김해 더스카이시티 아파트 공사비를 이달 초 845억 원 증액했다. 조합 측과는 증액안에 합의했지만 일부 조합원들이 조합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증액 문제가 조기에 해결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공사비는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건산연은 지난달 발표한 2025년도 전망 보고서에서 “지난 3년간 상승해 왔던 공사비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건설기업의 경영 여건이 급격히 좋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