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왼쪽)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송언석 원내대표. 연합뉴스
지방선거를 6개월가량 앞두고 국민의힘 안에서 중도 확장과 노선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이 국회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공개 사과에 나선 데 이어, 초·재선 의원들까지 지방선거 공천 ‘당심 70%’ 룰에 반기를 들면서 당의 외연 확장과 정체성을 둘러싼 내부 논쟁도 다시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김 정책위의장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그는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참담한 심정으로 깊이 새기고 있다”며 “국민의힘 구성원 누구도 사전에 계엄을 알지 못했고, 동의한 사실이 없다는 점과 별개로 국민의힘이 배출한 대통령 재임 중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의힘 의원 누구도 계엄 논의에 관여한 사실이 없고,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한 사실 또한 없다는 건 법원이 분명히 확인한 결과”라면서도 “이제 초심으로 돌아가 철저히 성찰하고 쇄신하겠다”고 말했다. 비상계엄을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조치”로 규정해온 장동혁 대표의 기존 인식과 대비되는 메시지가, 장동혁 지도부 체제에서 공개적으로 나온 셈이다.
같은 날, 12·3 비상계엄 사과 성명에 이름을 올렸던 국민의힘 소장파 의원들은 ‘대안과 미래’라는 모임을 결성하고 외연 확장을 위한 공동 행보에 나섰다. 이성권·신성범·송석준 등 재선·초선 의원 등 12명은 이날 국회에서 조찬 모임을 갖고 모임 운영에 합의했다.
이 모임의 간사를 맡은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은 회동 이후 기자들과 만나 지방선거 경선룰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모임에서 지방선거 경선룰과 관련해 지방선거총괄기획단이 제안한 내용 중 당심을 70%로 확대하고 민심을 30%로 축소하는 부분은 우리 당의 현실에 부합하지 않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전했다. 이어 “당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는 본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민심의 지지를 더 많이 받는 후보를 선출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최소한 (현행) 당심과 민심 5대 5 비율을 유지하거나 민심 반영 비율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원외위원장을 포함해 지방자치단체장 등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안과 미래’는 오는 31일 12·3 비상계엄에 동원된 육군 특수전사령부 방문을 시작으로, 여론조사 전문가 초빙 토론회 등 매달 정례 모임을 이어가며 활동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보수 인사인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지명하는 등 인선 폭을 넓히는 움직임을 보이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외연 확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정치권에서는 김 의장의 계엄 사과 역시 이러한 위기감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장동혁 대표는 외연 확장과 관련해 보다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29일 전남 해남군 현장 시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 전 의원의 장관 후보자 수용과 관련해 “우리가 당성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오히려 더 중요하게 부각되는 국면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우리가 그동안 보수 가치를 확고히 재정립하지 못하고 당성이 부족하거나 해당 행위를 하는 인사들에 대해 제대로 조치하지 못했기에 이런 일들이 벌어졌다고 생각한다”며 “중도 확장은 중도 확장대로 하되, 당을 배신하고 당원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인사들에 대해서는 오히려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