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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금속이 색으로 춤추는 순간을 포착한 ‘진영섭 공예’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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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서 포즈를 취한 진영섭 작가. 김은영 기자 key66@ 전시장에서 포즈를 취한 진영섭 작가. 김은영 기자 key66@

“금속 물성의 한계 극복이 큰 고민이었습니다. 반짝임이나 브론즈 무게감을 벗어나 더 풍부한 이야기를 담고 싶었죠. 감천문화마을 아트벤치 프로젝트에서 에나멜페인트를 만나, 조선소용 이 흔한 페인트가 딱 맞더라고요. 색이 살아 있어서요. 그 경험으로 채색에 관심이 커졌어요.”

지난 15일 4년 만에 개인전을 여는 금속공예가 진영섭을 만났다. 17일부터 22일까지 부산 수영구 금련산역갤러리에서 열리는 2026 진영섭 개인전 ‘색과 패턴이 이끄는 시선’ 설치 작업을 막 끝낸 뒤였다. 오랜만의 개인전이어서 놀라기도 했지만, 이전보다 한층 화려해진 색과 패턴이 눈길을 끌었다. 전시 개막도 하기 전인데, 윈도 갤러리를 통해 보이는 형형색색의 공예 작품을 보러 사람들이 드나들었다.

2026 진영섭 개인전 ‘색과 패턴이 이끄는 시선’이 열리고 있는 금련산역갤러리 윈도 전경. 김은영 기자 key66@ 2026 진영섭 개인전 ‘색과 패턴이 이끄는 시선’이 열리고 있는 금련산역갤러리 윈도 전경. 김은영 기자 key66@

“작업의 끈을 내려놓는 순간이 길어지면 놓치기 쉽죠. 많을 땐 한 해에도 세 번씩 전시를 열었는데, 한동안 이야기의 물꼬를 찾지 못했습니다. 감천 벤치 작업 경험이 색채에 눈을 뜬 계기였어요. 옛날에 자주 쓰던 벤자민 무어 제품보다 에나멜페인트가 내구성이 뛰어났어요. 조선·자동차 산업 덕에 한국 페인트가 다양해진 덕분이죠.​”

이번 ‘형상과 패턴’ 시리즈는 10여 년 전부터 만들어 둔 형상들을 최근 에나멜페인트로 채색하고 패턴을 입힌 신작 50점이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한 물고기와 사과, 곰치와 집게 등 일상적 모티프가 도톰한 철판의 뼈대 위에 서 있다. “그전에는 금속 자체가 돋보이게 했어요. 광택과 무게가 형상을 설명하죠. 이번에는 금속 뼈대를 뒤로 물리고, 색상과 패턴으로 현재의 이야기를 더했습니다. 형상은 과거, 패턴은 지금의 해석이에요. 무거운 쇳덩어리가 20~30㎏ 넘는데도 가볍게 느껴지게 하고 싶었거든요.”

정식 오픈 전인데도 지난 15일 2026 진영섭 개인전 ‘색과 패턴이 이끄는 시선’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정식 오픈 전인데도 지난 15일 2026 진영섭 개인전 ‘색과 패턴이 이끄는 시선’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전시장에서 포즈를 취한 진영섭 작가. 오른쪽 작품이 ‘잠시 고인 빛’. 김은영 기자 key66@ 전시장에서 포즈를 취한 진영섭 작가. 오른쪽 작품이 ‘잠시 고인 빛’. 김은영 기자 key66@
진영섭의 '곰치-기회'. 김은영 기자 key66@ 진영섭의 '곰치-기회'. 김은영 기자 key66@

설치 작품 ‘각자의 색으로 서로를 밝히다’는 7개의 서로 다른 패턴이 어우러진 작품으로, 세상의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걸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오방색에 그린과 스카이 블루를 더해 한국적 리듬을 주고 있다. ‘잠시 고인 빛’은 물고기가 물결 사이를 지나가는 장면인데, 10㎜ 철판을 휘어 만든 20㎏ 작품이다. “두꺼운 철판을 이 정도 휘려면 거의 초주검”이라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깊이를 상징하는 뒷면의 차가운 파란색까지 함께 보길 권했다. ‘곰치와 기회’는 영리한 곰치에 사과·망고를 붙여 순간의 흥분을 담고 있으며 “실제 획득보다 기대의 순간이 더 강렬한 법”이라고 말했다. ‘비워진 자리’는 선이 휘어 공간을 만들며 물고기와 사과가 마주 보는 구성이다. “엇나간 선 사이 여백이 핵심이고, 비어 있음이 대화를 낳는다”는 작가의 철학이 드러난다.

진영섭의 '비워진 자리'와 일부. 김은영 기자 key66@ 진영섭의 '비워진 자리'와 일부. 김은영 기자 key66@
진영섭의 '비워진 자리' 작품 안쪽. 두꺼운 철근을 자른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김은영 기자 key66@ 진영섭의 '비워진 자리' 작품 안쪽. 두꺼운 철근을 자른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김은영 기자 key66@

그러나 작가는 최근 작업에서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형상은 분명 그 자리에 또렷하게 서 있는데, 그 이후의 시간이 더 길게 느껴지는가?” 형상은 장면처럼 스치고 지나가지만, 남긴 여운과 리듬은 오래 지속된다는 깨달음에서 출발한 이번 전시는, 금속의 전면적 드러냄에서 한 걸음 물러나 색과 패턴의 층위를 더한다. 이는 단순한 스타일 변화가 아니라, 조형의 본질을 재고하는 시도로 보인다.

2026 진영섭 개인전 ‘색과 패턴이 이끄는 시선’ 설치 전경. 김은영 기자 key66@ 2026 진영섭 개인전 ‘색과 패턴이 이끄는 시선’ 설치 전경. 김은영 기자 key66@

“형상은 조형의 몸, 패턴은 그 위 시간의 흔적입니다. 형상이 침묵할 때 패턴이 말을 걸어요. 조형은 형태 만들기 이상, 감각과 사유가 머무는 자리예요. 이 전시는 형상을 지우는 게 아니라, 그 이후의 소리를 듣는 자리입니다. 오랜 작업의 연장선이자 새 출발점입니다.​”

진 작가는 금속을 중심으로 조형 창작 활동과 커뮤니티아트, 공공미술을 넘나들며 30여 년간 작업해 왔다. 전시 오프닝 행사는 17일 오후 4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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